작가는 어린 모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각박하고 모질기만 한 곳으로, 순간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곳이다. 인종차별 받는 아랍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온 유태인, 생활을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장을 가득 메운다. 모모가 만나고 사랑하는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서 비껴나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지만, 절망에 지쳐 주저앉거나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그를 맡아 키워주는 창녀 출신의 유태인 로자 아줌마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들이 소년의 스승이다. 소년은 이들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법,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를 보듬는 법을 배운다.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인 모모, 그런 아이들을 맡아 키워주는 창녀 출신 로자 아줌마, 모모와 로자 아줌마 이 두사람의 이야기였던 <자기 앞의 생>. 책장을 덮으면서 어린시절의 내게도 로자 아줌마 같은 사람이 있었던가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은 사랑 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살아야 할 운명.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겉모습은 사람일지 몰라도 속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