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 이라영 / 동녘
한국에서 평범한 사람의 기준이란 남자, 이성애자, 대졸, 정규직, 기혼, 유자녀에 맞춰져 있다. 저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차별의 대상이 된다. 여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2등 시민이며 성 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작가는 우리 사회 속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에겐 타인을 무시하고 멸시할 권리가 없다. 하지만 인간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말과 행동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며 혐오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모르게'에 해당하는, 생활 속 밀접히 스며든 차별과 혐오는 그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기 어렵다. 그 때문에 가끔 이런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나도 완벽하지 않고 당신 또한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모난 우리들이 서로 부딪혀 상처 입지 않고 둥글게 어울려 살기 위해 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02. 내 고양이 박먼지 / 박정은 / 혜화

애묘인들이 많지 않던 예전엔 고양이는 재수 없는 동물이며 그중에서도 까만 고양이는 더 구박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고양이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도둑고양이라는 단어 대신 길고양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됐고,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일명 집사들 또한 많아졌다. 이 책은 집 밖에서 혼자 울던 까만 아기 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게 된 작가님 부부의 육묘일기다. 페이지마다 귀엽고 깔끔한 일러스트와 짤막한 글이 함께 실려있다. 첫 만남부터 아깽이 시절, 캣초딩, 캣청소년을 거쳐 성묘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일상이 빼곡하다. 윤기 흐르는 까만 코트에 영롱한 노란 눈이 아름다운 먼지는 오늘도 집사와 랜선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먼지가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03. 모멸감 / 김찬호 / 문학과지성사
저자는 한국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모멸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살피고 모멸감을 뛰어넘어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삶은 어떻게 가능할지 생각해보는 것으로 내용을 마무리하고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내면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경쟁 사회에 떠밀려 제대로 마음을 돌볼 기회가 없었던 한국인은 몸만 커진 어른 아이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떼 부리는 아이는 달랠 수 있지만 이미 인격이 완성된 어른의 갑질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금처럼 모든 걸 개인의 탓으로 돌린 채,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갑질의 횡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04.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도대체 / 예담

인삼밭의 행복한 고구마 만화로 유명한 작가님의 책이다.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인데 막상 사서 읽어보니 나와 코드가 맞는 책이었다. 그럴싸한 말로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음이 제일 좋았고, 딱 그 나이대 직장인이 할만한 고민을 주로 다루고 있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이 좋았다. 자기 생각을 간단명료하면서도 재치있게 표현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그게 가능한 작가님이다. 김영하 작가가 말했던 현실에 제대로 발붙이고 사는 비관적 현실주의자란 이런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05. 마신유희 / 시마다 소지 / 도서출판두드림
오랜만에 읽는 시마다 소지의 소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들였는데 가벼운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서 집어 들었다. 제목이나 표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이야기의 배경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시골 마을이다. 엽기적인 연쇄 토막살인의 범인을 찾는 내용인데 <점성술 살인사건>의 미타라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두 작품 간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미타라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지 워낙 오래됐으니 성격차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미타라이가 나오긴 하지만 그가 주인공은 아닌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코틀랜드 작가가 쓴 소설마냥 이국적이다. 토막 시신으로 온갖 엽기적인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인 추리소설이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시간 때우기용으로 읽기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