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 동안의 남미 - 박민우

그동안 읽었던 여행관련 서적중에서 가장 사실적이었고, 재미있었다. 얼마전에 읽은 <끌림>도 상당히 좋긴 했는데, 작가가 시인이라서 그런가 글을 인위적으로 꾸미려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진보다는 텍스트가 많은 편이었는데... 재밌고 쉽고 맛깔스럽게 써내려간 글은 아주 술술 잘 읽힌다. 3권까지 나왔길래 우선 한권 읽어보고 나머지를 읽을지 말지 결정하자 했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2권도 구입해서 읽는 중이다. 허세 0%의 처절하고, 즐겁고, 간절하고, 행복한 여행기~ 어떠십니까? 


마이너리그 - 은희경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25년간의 삶을 써내려간 소설이다. 승주와 조국, 두환, 형준은 어느날 숙제를 안해온것을 계기로 만수산 4인방으로 불리며 학창시절 내내 좋던 싫던 서로에게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지내게 된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해서 중년이 될때까지의 몇십년간의 그들의 삶을 옅보면서 느낀건, 메이저리그에서 1류인생을 살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유치하고 시끌벅적한 2류인생을 사는 것도 그리 나쁠건 없지 싶더라. 어디에서 어떻게 살건 다 그 나름의 고충이 따르는 법이다. 꼭 잘산다고 해서 행복한것도 아니고, 못산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가끔 어찌어찌 살아야 행복한거다라는 식의 조언아닌 조언을 들을때가 있는데,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참 어이가 없어진다. 행복이라는 감정만큼 상대적인 감정이 세상에 또 어디있다고... 멋대로 자신만의 잣대를 남에게 들이밀려 드는지 이해할수가 없더라. 
 




묵향 25 - 전동조

 일년 동안 잊고 있었더니 25권이 나왔다. 읽던거니까 또 찾아 읽기는 했는데, 하도 오랜만에 읽으니 앞에 내용이 어땠는지도 잘 기억도 안났다. 센스있는 작가라면 책이 25권이 넘어가도록 길어지면 본문 시작전에 간략한 줄거리라도 요약해서 넣어줬을텐데, 그런 센스를 기대한 내가 잘못인거지... 갈수록 얇아지는 책두께도 마음에 안들고, 작가의 어이없는 실수로 수정된 부분을 읽으면서는 썩소를 날렸으며, 아르티어스는 대체 어디에 팔아먹고 나오지도 않는건지 이젠 짜증이 다 나더라. 그리고 당췌 언제끝나는거야! 2장까지는 볼만했었는데 3장 들어서는 내용도 별로고 질질 끄는 느낌만 들어서 실망이 크다. 이젠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고 (없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묵향과 아르티어스의 합공으로 멋지게 무림을 접수해버렸으면 좋겠음) 그냥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모순 - 양귀자

외자 이름 '진'에서 아버지의 변덕으로 '진진'이 되어버린 그녀의 성은 불행하게도 '안'. 평생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면서 살아야 하는 '안진진'의 모순 가득한 이야기. 난 그동안 분명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안 읽어본 책이더라. 왜 읽었다고 생각했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처음엔 특별할거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 내려갔는데, 결국엔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다 읽게됐다. 너무나 똑같이 생긴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너무나 다른 삶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 죽기직전까지의 계획을 모두 세워뒀을것 같은 계획적인 남자와 언제나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남자, 그런 두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 그녀는 모순적이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고, 생각과 말도 다르고, 생각과 감정도 다르다. 그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렇다. 삶은 모순 덩어리다.


하비로 - 이인화

다 읽은 책만 꽂혀있는 책장칸에 홀로 읽지 않은 책이 눈에 거슬려서 집어 들었던 책이다. 언제 샀는지, 왜 샀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한 역사소설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이게 과연 역사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은 조선인 형사로 어느날 목이 잘린 시체를 발견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마지막에 엄청난 반전이 있을 것처럼 중간중간 의외의 사실들을 하나씩 툭툭 던져주는데 (일명 떡밥) 그 반전이라는게 궁금해서라도 계속 읽게 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반전이란건 내 기대에 너무나 못 미쳤다. 스포가 될까봐 쓰지는 못하겠는데, 난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김이 팍 새어버렸다. 그가 누구이고, 무엇때문에 그런 일들을 했는지가 밝혀지자 그동안 읽었던 앞부분의 괜찮았던 내용까지 모두 실망스러워져버렸다. 결론만 아니었다면 꽤 괜찮은 책으로 기억됐을텐데, 결론이 아쉬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