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느껴졌던 독특함은 이야기 내내 그대로 이어진다. 문체나 단어는 가벼운 편이지만 그래서 이야기와 더 잘 어우러졌다. 눈앞에 글자가 없으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16살 소년은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집 근처에 있는 24시간 영업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저녁을 해결한다. 빵이라면 지긋지긋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고 소년은 본의 아니게 위저드 베이커리의 단골이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던 날 밤,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 속으로 숨게 되었고 점원과 빵집 주인이 아닌 파랑새와 마법사를 만나게 된다. 글자가 없으면 말을 못 하는 소년과 낮에는 사람, 밤에는 파랑새로 변하는 여점원 그리고 빵집 마법사의 등장! 이쯤 되면 누구나 뒷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빵집 마법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선 마법의 힘이 들어간 쿠키나 빵, 푸딩 등을 판매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유혹적인 마법 쿠키와 빵들! 하지만 나 같은 소심한 인간은 어떤 마법을 사용하든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경고문 때문에 남에게 해를 끼치는 품목들은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할 것 같다. 저 경고문의 의미는 '당신이 만들어 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가 아닐까? 세상사 모든 일엔 원인 없는 결과 없는 게 사실이고 누구를 무엇을 원망하고 탓한들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건 과거의 나이니까…. 적어도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 그게 제대로 된 인간의 기본 조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어떤 의미로 저 경고문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는 이야기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위저드 베이커리의 결말은 'Y의 경우'와 'N의 경우' 두 가지다. 이 또한 신선한 발상이다. 전자는 마법을 사용했을 경우의 결말이고 후자는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말인데 내 마음에 드는 결말은 소설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N의 경우'이고, 내가 실제로 이야기 속 소년이었다면 'Y의 경우'를 선택하고 싶다. 왜냐면 나는 계모에게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읽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구병모 작가님~ 이름 기억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