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160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동명의 영화를 먼저 본 나는 읽는 내내 머릿속에 나카이군의 피스가 둥둥 떠다녔다. 묘한것이 원작의 피스와 영화에서의 피스의 이미지가 상당히 다른데도 피스 역할에 어울리는건 나카이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책을 먼저 읽었으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이미 영상으로 본 이미지가 각인이 되어버린 후인지라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피스를 상상하는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점때문에 책이 원작인 작품들은 될 수 있으면 책을 먼저 읽고 영상으로 접하는 쪽이 더 좋다. (물론 나카이군의 피스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다.) 일본이 영화를 못만드는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대단한 작품을 그런식으로 만들어 놨을줄이야... 특히,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결말은 원작을 읽지 않은 예전에도 어이없었고, 읽고 난 후의 지금은 더 어이없어졌다. 마지막에 나오는 피스의 아이의 정체는 뭔지 지금도 미스테리고, 나카이군이 주연이 아니었으면 바로 망했을 영화였다.
 
내용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권 마지막에 피스가 처음으로 다른사람에게 이름을 밝히는 장면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 쓰진 못하겠지만 그 상황이 정말 소름끼쳤다.

무대의 연출자이자 감독인 피스에게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단어였던 '모방범'
단순히 복수심이나 순간적인 충동등에 의해 살인을 저지르는 대부분의 범인들과는 그 동기부터 너무나 달랐던 피스. 그렇기에 더욱 충격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범죄.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다르게 범인의 심리상태를 세세히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이책의 매력중의 하나였다.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모닝365에서 마일리지 이벤트할때 공짜로 구입한 책. 딱 베스트셀러감인 추리소설 이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며, 재밌고, 등장인물도 매력적이다. 작년 '갈릴레오'라는 드라마에서 마샤가 연기했던 '유가와 마나부'의 등장이 참 반가웠다.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드라마에서나 소설속에서나 흥미로웠다.

이 책 역시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런 헌신(과연 헌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한편으론 소름끼칠정도로 무섭기도 했다.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사형직전의 살인범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는 두 남자. 역시 추리소설은 몰입이 잘되서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뒷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된다.

처음엔 제목과 표지만 보고 단순하게 공포인가?도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결말이 조금 약한 듯 싶지만, 전체적으로 볼땐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추리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 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참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분명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처참하게 앗아가버린 살인범의 목숨도 소중한것일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론 사형제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할 수록 어려운 문제다.





천국까지 100마일 - 아사다 지로
삭막한? 추리소설속에 유일하게 끼어있는 감동적인 아사다 지로의 소설
아사다 지로의 책은 모두 사 모으고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포스팅에 등장 할 예정이다.

한때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십대 중년의 남자가 있다. 어느 순간 그의 사업은 기울고, 가족은 모두 떠나버리고, 남은건 자식들을 키우느라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어머니 뿐이다. 그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0마일을 달린다. 100마일을 달려 도착한 곳엔 현실에선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병원이 있었다. '오픈 유어 하트'를 외치는 소가 선생님이 있는 천국이었다.

진부하고, 다분히 신파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항상 잊고 사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 이라고 해야할까?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 연인일 수도 있는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해준 따뜻한 책이었다.





위의 책들을 읽는 동안 BGM이 되어준 곡이 靑山テルマ そばにいるね였다.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고, 테루마의 목소리도 좋아서 계속 틀어놓고 책을 읽었는데 계속 틀어 놓고 추리소설을 읽다보니까 나중에는 노래가 좀 오싹하게 들리게 됐다는 쓸데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