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 누쿠이 도쿠로

2011. 6. 4. 21:52



이 책도 어디선가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중고로 샀다. 얼마 전부턴 중고로만 책을 사고 있다. 특별히 제값 다 주고 사서 소장할 만큼 마음에 드는 책도 없고, 무엇보다 중고는 싸니까요!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스토리가 탄탄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여름임에도 그 구멍으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말하는 남자 마츠모토. 마츠모토는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 만남을 계기로 신흥 종교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인 경시청의 사에키 형사는 권력자의 숨겨진 아들로 매번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자신의 삶에 괴로워 하는 인물이다. 소설은 유아납치사건을 수사하는 사에키 형사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룰수 없는 바람을 위해 신흥 종교에 매달리는 마츠모토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결말은 씁쓸했다. 범인이 그렇게까지 추락하기 전에 뻥 뚫려버린 가슴을 누군가가 메워줬으면 좋았을텐데…. 책 읽는 내내 사에키 형사가 안쓰러웠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삭히기만 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그렇게 안으로 삭히기만 하면 겉으론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다 새카맣게 썩어버리는 것을 알기에 더 안쓰러웠나 보다. 그의 소리 없는 통곡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