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과의 세 번째 만남. <검은꽃>도 읽으려고 사놨는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장편은 아니고 단편이 묶여 있는 소설집이고 단편 제목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사용했다. 제목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여러 개의 단편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 깊었던 작품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였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눈 감는 순간까지 계속 꼬이고 꼬이는 남자의 하루를 그리고 있는데 와~ 정말 내가 다 억울할 정도로 그의 하루는 불운했다. 그렇다고 그 불운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이 들으면 수긍할만한 이유도 아니었으니 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출근하려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5층에서 6층 사이에 어떤 남자가 끼어 있었고 119에 신고를 해주려고 했지만 휴대전화를 안 가져 나왔고 시간이 늦어서 그냥 버스를 탔는데 지갑도 안 가져 나와서 기사와 싸우고 마침 그 순간 버스가 사고가 나고~ 이런 식인데 누가 순순히 믿어 주겠는가. 근데 진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순간까지도 궁금하다.

책 읽을 때 머리말이나 소갯글부터 뒤쪽 해설이나 후기까지 모두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뒤편 해설을 조금 읽다가 포기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난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 책을 읽다 보면 본문은 그렇지 않은데 유독 해설 부분이 외계어로 읽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건 해설자의 문제인가, 나의 문제인가…. 예전에 유시민님이 강의에서 하셨던 말씀 중에 좋은 글이란 건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냥 그렇다고. 그리고 우연히 김영하 작가님이 절필을 선언하셨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깜짝 놀랐었는데 인터넷에서의 절필이어서 안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