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손녀 '하리에트' 실종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스웨덴 대재벌 방예르가의 은퇴한 총수 '헨리크 방예르'. 자신이 썼던 폭로 기사 때문에 고소를 당해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앞둔 시사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 '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겉모습만큼이나 그 속내도 알기 어려운 보안경비업체의 비밀정보 조사원이자 천재 해커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이상이 소설 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세 사람이다.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앞으로의 시리즈에도 고정으로 등장하는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들이다.

기자로서의 명성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덩달아 밀레니엄의 경영난까지 겹쳐 위기에 처해있던 미카엘에게 헨리크 방예르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며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처음부터 샅샅이 조사해줄 것을 의뢰한다. 처음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의뢰를 맡았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미카엘의 기자 본능을 자극하고도 남을 사건의 진상이 하나씩 밝혀진다. 계약 기간 일 년에 걸친 이 비밀 조사에 리스베트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어둡고 추악한 방예르가의 진실에 다다른다.

엄청나게 재미있지만,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추리 소설은 아니다. 저자는 정·재계와 언론유착, 사회복지의 허점, 여성과 사회적 약자, 폭력, 성범죄, 나치즘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부재료로 삼아 주재료와 잘 어우러지게 버무려 먹음직스러운 한 상을 차려냈다. 자칫 잘못하면 다 따로 놀아 그 진짜 맛을 알기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적재적소에 적당량만 씀으로써 각각의 맛을 살렸다. 어쩌면 내가 부재료라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주재료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본문에서 유일하게 의문이었던 설정은 미카엘-에리카-에리카 남편으로 이어지는 쿨한(?) 관계였는데 지금도 이런 설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에리카나 리스베트를 통해 여성의 당당하고 자유로운 성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1부를 다 읽고 2부 초반을 읽고 있는 지금으로선 리스베트를 정신병동으로 가게 한 그 사건의 진상이 가장 궁금하고, 다음으론 리스베트가 일방적으로 끊어내버린 미카엘과의 관계가 회복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미카엘에 대한 마음을 닫아버린 리스베트,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미카엘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일말의 미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 제로는 아닐 것 같다. 나는 꼭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아니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유대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리스베트에겐 꼭 필요한 일이고, 리스베트가 조금만 변하면 가능한 일일 텐데 그게 참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닐스 비우르만'의 처참한 최후도 제발 3부 안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계획대로 10부까지 출간이 됐다면 정말 좋았을 시리즈인데 급작스러운 저자의 타계로 인해 3부로 마감할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다. 책이 출간되는 것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니 더 안타깝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는 걸 하늘에서라도 내려다보며 흐뭇해하셨으면 좋겠다.


밀레니엄이 포문을 연 지 닷새 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저서 마피아 금융인이 전국 각 서점에 배포되었다. 미카엘이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산드함에 처박혀 미친 듯이 써 내려간 이 책은 모르곤고바에 있는 할비그스 레클람 인쇄소에서 비밀리에 급히 인쇄되어 나온 것이었다. 표지에는 새로 설립한 밀레니엄 출판사의 로고가 멋지게 찍혀 있었고, 다음과 같은 신비스러운 헌사도 적혀 있었다. 내게 골프의 유익함을 가르쳐준 살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P.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