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 쑤퉁

2013. 8. 25. 21:50



홍수로 물에 잠긴 고향 펑양수를 뒤로하고 먹고살기 위해 석탄 운송 열차에 몸을 싣고 도시로 떠나온 남자 우룽. 허기에 굶주린 우룽이 도시에서 처음 만난 건 객사한 시체와 부두 조직의 깡패였다. 도시에서의 끔찍한 첫 날밤을 보낸 우룽은 본능적으로 쌀 냄새에 이끌려 와장가의 쌀집 대홍기 앞에서 노숙을 하게 된다. 며칠간 쌀집 앞에서 노숙을 하던 우룽은 일을 할 테니 밥만 먹게 해달라고 애원한 끝에 쌀집 일꾼으로 고용된다. 우룽이 쌀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중국판 쌀집 막장 드라마는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며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닫게 된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폭력과 분륜, 배신과 음모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보여준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언제부턴가 인기 드라마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막장'이라는 소재. 보고 나서 남는 것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는지라 막장 드라마는 안 보는 편인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왜 사람들이 욕하면서까지 막장 드라마를 보는지 알 것도 같다. 남는 것이 있는 막장 드라마 같은 소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막장 소재 특유의 기 빨리는 느낌이 있어서 두 번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이름도 짧고 강렬해서 기억하기 쉬운 쑤퉁. 내 취향과 맞는 작가를 발견하게 돼서 기쁘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사람들은 모두 천장이나 담장 구멍, 바닥 밑에 비밀스런 목합을 하나씩 숨기고 살아간다. 그것들 중에는 태양 아래 밝은 곳에 드러나 있는 것도있지만 대부분은 어둡고 남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저 천장 속에 숨겨진 목합이 그랬다. 치윈은 우룽의 영혼이 그 목합 안에서 광폭하게 요동치는 동시에 나지막이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