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서 제목은 많이 들어 봤으나 제대로 읽어보진 않은 소설. 이야기는 단순하다. 16살 홀든이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이틀간의 여정이 홀든의 독백으로 담겨있다. 중반까지는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만큼 다가오는 게 없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홀든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내게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안의 어린아이는 얌전해질 뿐이지 절대 사라지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면의 어린아이를 얌전히 잠재우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기 마련인데 홀든에게 있어 그런 삶은 의미 없는 것 아니었을까. 내게는 홀든의 마지막 독백으로 기억될 소설이었다. 홀든과 같은 십 대에 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고 번역은 문예출판사가 더 낫다던데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위대한 개츠비>도 김영하 작가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고 말이지.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원서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과연 그런 날이 죽기 전에 올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모리스 자식도 그립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