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없이 골랐고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던 책이다. 처음에 수필인 줄 알고 착각 했을 정도로 현실감 있는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개성 있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카페 '수요일의 커피하우스'였다.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향기로운 오늘의 커피가 있고, 매일매일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오늘의 샌드위치가 있고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카페의 주인과 방황하는 청춘이 아름다운 미술 전공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다. 주택가에 있는 탓에 손님은 많지 않지만 한 번 왔던 손님은 다시 찾는 슬로우 푸드 카페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 아르바이트생, 아르바이트생의 친구와 그녀의 남자친구, 카페의 손님들 그리고 카페 앞 채소가게 아줌마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편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사연을 한가득 안고 사는 것 같은 주인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달까. 나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은근하게 애정 표현을 하는 고양이 같은 타입을 좋아하는데 그녀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가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타입이라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녀 같은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 상담도 하고 책과 영화도 빌려보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이자 재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기가 몹시 어렵다는 게 함정이지만….

"…우린 어떤 일도 미리 계산할 수가 없다는 거야. 뭔가를 미리 짐작하고, 미래에 생길 일을 미리 계획하고, 그런 건 부질없는 짓이야. 똑똑한 사람들은 남보다 더 빨리 미래를 예견하려들고 뭔가를 행동에 옮기지만,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져서, 각종 현상이 부풀려지는 거야. 그런 왜곡이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있어. 아주 조금씩 우리는 계획된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게 나 자산의 무능력 탓이라고 자학하게 돼. 자학이 증오를 낳고, 증오가 무감각을 낳는 거야. " - page.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