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종합건강검진 후기
그동안 나라에서 해주는 국가검진만 받다가 처음으로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기본검사와 수면 위, 대장 내시경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갑상선, 유방, 자궁 초음파는 개인적으로 추가해서 받았다. 사진에 보이는 대장내시경 약의 맛은 찝찔한 오렌지 이온음료 맛이었고 먹는 건 아무렇지 않았는데 배가 불러서 물 먹는 게 힘들었다. 3일 전부터 식단 조절했고 검사 전날 11시 이후로는 금식했더니 준비 과정은 수월했다.
가장 걱정했던 건 유방 엑스레이와 자궁 초음파였는데 엑스레이는 좀 아프긴 했지만 참을만했다. 오히려 자세 잡아주고 있지도 않을 걸 모아 모아서 사진 찍으려고 노력하시는 촬영 기사님이 안타까울 지경 ㅠㅠ 사진 찍다가 쓰러지는 분들도 있다는데 난 멀쩡하게 잘 찍었다. 사진 찍으면서 아직도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니 현타가 오긴 했다. 상체엔 진짜 살이 없어서 고생이긴 했는데 샤워할 때 보니 역시나 멍이 좀 들었더군.
자궁 초음파 받으려고 탈의하는데 하필 그때 생리가 터지는 기적적이고 염병할 일이 발생! 지난달 백신 맞아서 주기가 당겨진 거 같은데 원래도 생리증후군이나 생리통이 거의 없긴 한데 이번엔 진짜 하나도 없어서 예상도 못했다. 당황해서 의사 선생님한테 초음파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초음파 받고 생리대까지 빌려서 나왔다. 감사합니다 크흡 ㅠㅠ 초음파 잘못 받으면 아픈데 이물감만 조금 느껴지고 넘나 멀쩡했고, 자궁에서 2cm 정도 되는 작은 혹이 하나 발견됐는데 걱정할만한 크기는 아니고 생리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긴 걸 수도 있으니 생리 몇 번 더 하고 다시 검사해보자고 하셨다.
이제 생리가 터졌으니 대장내시경은 어찌한다?! 네, 탐폰을 하고 받아야 합니다. 정말 싫었지만 안 받고 갈 수는 없어서 그냥 받았다. 이 사람들은 다신 안 볼 사람들이다 되뇌이면서. 엉덩이가 뚫린 바지로 갈아입고 가운을 걸치고 내시경 실에 가서 누우면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체크한 후 링거를 연결. 이후에 검사실로 들어가 옆으로 누워서 자세 잡고 입에 플라스틱을 문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이후에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잠잤다 일어난 느낌이 아니라 전원이 팍 꺼졌다 팍 켜진 기분에 더 가깝달까. 신기한 건 앞이나 뒤나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는 것. 배에 가스가 좀 차는 거 말곤 평소와 똑같았다. 알고 보니 내시경 잘하는 병원이란다. 내시경은 위염이 있고 위에서 용종 하나 떼어낸 거 말곤 이상은 없었다.
병원만 가면 긴장해서 혈압이 높게 나오는 쫄보인데 역시나 이번에도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나왔다. 마지막 내시경 검사할 때 혈압은 정상 범주였는데 ㅠㅠ 결과지에 분명 고혈압 조심하라고 나오지 않을까 싶다. 혈액도 최대치인 30cc를 뽑아갔고요. 폐활량 검사하는 데 6초 동안 숨을 내쉬는 게 생각보다 잘 안돼서 충격이었고, 인바디에선 역시나 마른 비만이라 체지방율이 보통 이상 ㅠㅠ 시력은 1.2 1.0으로 생각보다 안 떨어져서 안심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검사받고 다음날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는데!!! 무슨 큰 병이 있나 깜짝 놀랐는데 그건 아니고 초음파 검사해준 의사가 코로나 확진이라고 나도 검사해보라고 연락 온 거였다. 연휴 내내 집에 있다가 건강 검진하러 하루 나간 건데 확진자 접촉이라 좀 억울했다. 키트 검사해보니 음성이긴 했는데 워낙 무증상도 많아서 믿지는 못하겠다. 이젠 나 혼자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단계는 지났고, 3차까지 맞은 사람은 걸려도 증상이 가볍다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다.
가끔씩 증상은 없지만 큰 병에 걸린 게 아닐까 걱정하곤 했는데 검사하고 나니 안심이 되긴 한다.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