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20. 7. 11. 11:07

 청소가 문제 

결벽증은 아니지만 내가 애착을 갖는 공간은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돼 있어야 마음이 편한데 32평을 혼자 치우려니 만만치가 않다. 금요일 퇴근 후 대청소하고 샤워하고 맛난 음식 먹으며 잼난 영상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집이 넓으니 이게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목요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치우기! 토요일에 치우면 되지 왜 평일에 그러냐고 물으신다면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고 싶거든요. 놀고 싶습니다.

목요일엔 방 세 개를 치우고 금요일엔 거실과 주방, 욕실 청소를 하기로 했다. 옷을 일일이 잡고 털어줘야 하는 드레스룸 청소가 제일 고역이고 (이래서 붙박이장을 하고 싶었는데) 안 보이는 구석구석 먼지 닦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먼지 제거 도구만 종류별로 4개를 샀는데 이것도 성에 안 찬다. 힘만 세다면 청소할 때 마다 다 들어내고 닦고 싶은 심정. 이불 커버와 패드는 2주에 한 번 세탁하고, 베개 커버는 매주 세탁, 여기저기 널려있는 패브릭은 한 번씩은 빨았는데 세탁 주기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고민중. 문제는 거실 바닥에 깔린 러그 두 개와 침실 암막 커튼이다. 러그는 매주 청소기로 먼지는 털고 있지만 제대로 세탁하려면 빨래방 가야 할 테고, 암막 커튼은 세탁기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아리송한데 추워지기 전에 세탁할 거니까 그때 되면 알게되겠지. 거실과 서재 우드 블라인드는 손으로 쓸어본 결과 아직은 먼지가 없어서 패스했고, 창틀은 송홧가루 날릴 때 한 번씩 다 닦았는데 비 오면서 또 더러워져서 장마 끝나면 청소할 예정이다.



 독립을 하면 

요리를 자주 할 줄 알았는데 왜인지 자연스럽게 2층에서 같이 밥을 먹다 보니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건가) 요리를 자주 하진 않고 있다. 요리를 해도 2층에서 해서 같이 먹음 ㅋㅋㅋ 도구와 그릇이 많아서 그런지 2층에서 요리하는 게 더 편하다. 이번주 월요일엔 파스타 잔뜩 해서 조카 2호 친구와 친구 엄마까지 함께 먹었다. 제일 저렴한 오뚜기 토마토소스에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체다 치즈 몇 장을 넣어주니 풍미가 훨씬 좋았다. 대신 부재료는 듬뿍 넣어줘야 합니다. 평일엔 아침은 패스, 점심은 회사, 저녁은 주로 2층에서 먹고 주말은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어제는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고 오늘은 회사 바로 밑에 오픈 한 반찬 가게에서 국 하나랑 반찬 몇 개 샀으니 그거랑 저녁을 먹어야겠다. 근데 사다 보니 다 조카들이 좋아하고 먹을 수 있는 거로 사서 내 취향 반찬이 없다. 담엔 내가 좋아하는 거 사야지.



 요즘 취미는 

집 꾸미기. 오늘도 검색 오조오억 번을 걸쳐 건조기 선반 가릴 가리개와 미니 마크라메 장식을 하나 샀고 수경 재배 식물에게 줄 액상 영양제도 샀다. 테이블야자는 크고 있는 건지 죽고 있는 건지 집에 들인 이후로 생기가 돌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어서 헷갈린다. 걱정했던 크루시아는 오히려 잘 크고 있는데 말이지. 작은 화분을 더 사고 싶어서 검색질을 열심히 했는데 딱 결정을 못 내리겠다. 예쁜 아이는 키우기가 어렵고 무난한 아이는 예쁘지가 않은 게 최대 딜레마. 빛을 많이 봐야 하는 다육이들은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미니 파인애플처럼 생긴 괴마옥이나 아몬드페페가 마음에 드는데 키우기 쉬운 건 금전수, 스파티필름, 아이비 이런 애들이라 무한 고민만 하고 있다.



 옆집 야옹이 

어제 퇴근하고 마당에 들어서는데 옆집과 우리 집 사이 담에 앉아 있는 옆집 야옹이 발견. 지난번에 봤을 때 머리에 크게 털이 다 없어져서 걱정했었는데 여전히 털은 없지만 딱히 아파 보이진 않았다. 병에 걸린 건 아닌 거 같고 외출냥이라 어디 가서 다쳤나보다. 상처 부위가 반질거리는 게 털은 다시 안 날 듯한 예감이 ㅠㅠ 냥이를 만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드디어 이 녀석이 마음을 열었는지 손에 머리 박치기도 해주고 우리 집 마당으로 내려와서 발라당 하며 애교부리고 (재빨리 배도 주물주물 해봄) 다리 사이로 지나가며 부비부비도 해줬다. 감동♥ 계속 애교 부리고 냥냥 거리는데 줄 게 없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간식 좀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 다음에 만나면 줘야겠다. 냥이야 아프지 말고 건강 하렴.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영상은 우선 <사이코지만 괜찮아> 우리가 흔히 보던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님을 성 반전 시킨 것뿐인데 넘나 통쾌하고 재밌다. 문영이가 고라니와 싸우는 거 보고 반해버림♡ 단역 배우들까지 연기존잘에 톡톡 튀는 연출도 좋고 스토리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바퀴 달린 집>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방구석에 앉아 볼 수 있음이 좋고, 티빙 뒤지다가 새로 발견한 <식벤져스>는 제로 웨이스트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소재가 흥미로워서 보기 시작했다가 멀쩡한데 버려지는 식자재의 양을 보고 충격받았다. 나는 환경 보호하면 단순히 플라스틱이나 비닐, 세제 이런 것만 생각했지 버려지는 식자재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고, 그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언제나 변화를 주도하는 건 소수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사고 남김없이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작가 신작을 부랴부랴 사서 읽었는데 와 정말 너무 매우 많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책 제목도 어쩜 저렇게 잘 지었는지 감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고 자칫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소재를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냄이 좋았다. '한국은 공기가 따갑다'는 문장이 뇌리에 콕 박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정세랑 작가 글도 호불호가 꽤나 갈리던데 이 소설만큼은 호가 더 많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오늘도 한국의 공기는 

여전히 따갑다. 아동 성 착취 사이트 운영자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보호해주는 걸 보면서 뭐랄까 마지막 남은 희망의 싹마저 짓밟힌 기분이었달까. 어찌나 그 성별은 지들끼리 똘똘 뭉쳐 서로를 우쭈쭈 해주는지 아주 눈물겨울 지경이다. 극단적 선택으로 자신의 더러운 범죄를 묻어버린 인간도 어이없긴 마찬가지. 매일 같이 여성이 죽어 나가고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인 이런 나라에서 무슨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라고 노래를 부르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기혼자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지만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 출생률이 낮아지는 건데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고쳐나갈 생각은 안 하고 애만 낳으라고 닦달이니 한심하다. 죽어도 자기 잘못은 인정 안 하는 게 유전자에 새겨진 건지 뭔지. 한국 남자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이 나라가 저출생에서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