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에 대하여

2019. 11. 1. 16:07

덕후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현생과는 별도로 끊임없이 덕질을 하게끔 프로그래밍 되어있음. 그것은 공기와 같은 것으로 덕질을 잠시 쉬어갈 순 있으나 영원히 쉬어갈 순 없음. 덕질 중에서도 가장 현타를 많이 맞으며 도움 안 되는 덕질은 국적 불문 나이 불문 남자 연예인 덕질임. 영업용 껍데기와 본업만 덕질하고 애정이 식으면 갈아타고 이런 식이면 상관없는데 덕후들의 특성상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더) 본체 인성 덕질을 하게 되어있음. 우리 오빠가 우리 애가 저렇게 뭐뭐해하고 최면에 빠졌다가 병크가 터지면 현타가 몰려옴. 여기서 빠른 손절을 하는 덕후가 승리자이며 (한번 그런 놈은 예전부터 그랬으며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놈임) 자기합리화와 정신승리로 무장하고 버리지 못하면 본인만 고통받음.

연예인은 어차피 껍데기와 이미지로 먹고사는 팬 장사꾼인데 자기 관리 제대로 못 해서 병크 터트리는 멍충이들은 덕질을 할 가치도 없고 저 바닥에서 오래 가지도 못함. 머리 나쁘고 센스 없고 조신한 척 못 하는 놈들을 초반에 걸러야 그나마 편한 덕질라이프를 즐길 수 있음. 하지만 저런 놈들을 거른다 해도 병크로 부터 안전할 수 없으니 언제든 손절할 수 있도록 덕질 대상에 대한 기대치 자체를 낮춰야 함. 나는 남자를 믿느니 지나가는 개를 믿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저게 가능한데 나이가 어릴수록, 덕질 의존도가 높을수록 저게 어려움. 그냥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는 건가 싶음.

 

덕질 대상도 똑똑해야 하지만 기획사도 똑똑해야 덕질이 편함. 지금 살짝 발 담그고 있는 서모 배우의 경우 데뷔 초에 예능 돌린 게 오히려 독이 되어 팬들 떨어져 나간 거로 알고 있음. 누가 고르는지 필모도 엉망진창. 올해부터 그나마 필모가 괜찮아지기 시작했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음. 짤에 있는 이모 배우는 기획사 자체가 배우 전문이고 대표 배우나 소속 배우들 과거 이력을 봐선 신인배우 예능으로 돌려 이미지 망치는 짓은 안 할 것 같은데 확신은 못 하겠음. 배우는 가수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구요. 예능 따위 나오지 말라고요. 지금처럼 필모 잘 골라서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길 바람.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연예인 덕질은 삶의 작은 활력소 정도로만 여기고 가볍게 즐기는 게 몸과 마음, 통장잔고에 이롭습니다. 덕질의 최종 대상은 타인이 아닌 내가 돼야 한다는 걸 잊지 맙시다 (알지만 재미없음) 덕후 여러분. 이상은 새로운 덕질에 빠져 잠시 해이해진 정신줄을 다잡고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글이었습니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