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 스포주의 ※ 

몇 년 전 소설을 읽을 때도 너무 현실적이라 마치 다큐멘터리를 글로 읽는 기분이었는데 그걸 영상으로 보고 있자니 온갖 감정이 밀려왔다. 화가 났고 답답했고 눈물이 났다.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와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는 동안 나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을지 그 노력은 또 얼마나 쉽게 무너졌을지... 어느 날 문득 내 삶 속에 진짜 내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김지영은 또 한 번 무너졌을 것이다. 영화 속 김지영은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 조금씩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하지만, 현실 속 김지영에겐 그마저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현실은 더 가혹하니까. 

나는 애초에 왜 이 영화가 논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도 아니고 특정 대상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네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뿐인데 말이다. 여성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현실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싶은 거겠지만 우리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이미 깨달은 사람과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소설보단 영화가 낫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섬세하게 잘 만든,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마음을 울리는 영화였다. 김지영 그 자체였던 정유미의 연기도 좋았고 결말은 영화 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