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틱 (Arctic, 2018)
별점 ★★★☆☆
비바람과 추위를 뚫고 북극에 불시착한 오버로드 씨의 개고생 북극 조난기 <아틱> 을 보고 왔다. 영화는 주인공의 사연은 과감히 생략하고 암담한 상황에서도 구조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집중한다. 오버로드는 시계 알람에 맞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북극에서 유일한 먹을거리인 물고기를 잡고, 북극 지형을 조사하고, 무전을 치고, 죽은 동료의 돌무덤에 들러 인사하고 때론 북극곰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에 추락한 헬기 속에서 상처 입은 생존자를 발견하고 보살피게 된다. 오버로드는 부상자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그와 함께 멀리 떨어진 임시 기지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오버로드와 부상자는 무사히 임시 기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매즈의 거친 숨소리로 시작한 영화는 대사 몇 마디 없이 눈과 얼음, 바람과 돌 그리고 매즈의 개고생으로 채워진다. 설명만으론 매우 정적인 영화 같지만, 그 안에 처절하게 삶을 갈구하는 인간이 있기에 결코 정적이지 않았다. 매즈의 연기는 이게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헛갈릴 만큼 자연스럽고 섬세했다. 작품 볼 때마다 느끼지만, 연기의 강약 조절이 기가 막힌 배우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오버로드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 지켜보는 내 심장까지 터질 만큼 뛰었다. 우리 매즈 정말 고생했던데 어디가 됐든 매즈한테 상 좀 줘라! 줄 상이 없으면 개고생 상이라도 만들어서 줘라!
토요일 7시부터 준비해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메박까지 가서 조조로 보고 온 건데 영화가 좋아서 나름 즐거웠다. 양쪽에 앉은 XY들이 혼잣말하고 내내 부스럭 거리며 팝콘 먹은 것만 빼면 말이다. 영화관에 남자가 더 많던데 매즈는 정말 남팬이 많은 모양이다. 개봉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하지만 상영관도 몇 없고 시간대도 조조 아니면 심야라서 아쉽긴 했다. 마침 미친 비바람이 불어 날도 춥고, 스벅에선 따듯한 음료가 안 된다 해서 강제로 아이스 음료까지 마시면서 영화를 봤는데 북극의 오버로드 씨에 비하면 난 천국에 있는 거였다.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 보게 될 매즈 영화는 고생 안 하는 (안 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덜 할 순 있잖아요! 감독놈 아니 님들아!) 행복한 영화였으면 좋겠다. 매즈 단독 주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건 처음인데 커다란 스크린으로 매즈를 보니 그저 좋았다. 매즈는 진정 아름다운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