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 황금가지

SF 환상 문학으로 분류되며 여러 문학상을 받은 단편 소설집이다. 엄마가 접어준 종이 동물들이 움직인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작된 소설은 동북아시아의 아픈 역사를 다루기도 하고 먼 미래 우리네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내기도 한다.

작가가 중국계 미국인이어서 그런지 동북아의 복잡한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묘하게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이 느껴졌다. 실상은 모른 채 일본이 예쁘게 포장해놓은 문화를 찬양하는 그것 말이다. 그네들의 문화엔 진짜 그네들의 문화가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일 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반어적인 표현에 속은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고도의 돌려까기에 멍청하게 속아 넘어간 것이라면 좋겠다.

각설하고, 잘 된 번역이 아닌데도 이 정도로 읽히는 거 보면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는 편이고, 거기에 더해 글감에 대한 감각도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한다. 글 자체보단 편집에 대한 불만 두 가지를 토로해본다. 첫째,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나 오타가 곳곳에 눈에 띄어서 책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둘째, 가장 분량이 많은 단편 하나를 한국어판 오리지널 단편집에 싣기 위해 빼놓았다는 후기를 읽고 좀 어이없단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원작과 동일한 구성으로 책을 읽고 싶은 건데 칼자루를 쥔 사람 마음대로 뺐다 꼈다 하니 당하는 사람만 기분 나쁘다. 나중에 읽을 수 있다 한들 지금 마음과 같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