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박스 (Bird Box, 2018)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는 순간 미쳐버리는 정체불명의 괴물 때문에 전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맬러리와 아이들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산드라 블록 주연에 내용도 흥미로워서 영화를 보려고 했더니 소설이 원작이었다. 글을 읽기전에 영상을 보면 상상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이북을 사서 먼저 읽고 영화를 봤다.
큰 줄거리나 중요 장면 말고는 각색이 많이 됐다. 장면이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숲에서 환청을 듣고 아이들을 찾는 장면에서 산드라 블록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괴물을 보는 순간 사람들의 눈동자 모양이 달라지는 연출이 좋았고, 원작에 없던 톰과의 로맨스나 공동육아 때문에 영화 속 맬러리와 아이들이 그나마 덜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톰은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좋은 남자다) 소설에선 맬러리 혼자 아이 둘을 4년 동안 키우는데 아이 이름을 제대로 짓지 않고 보이와 걸로 부르는 그 마음이 이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세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발을 들인 후 맬러리가 처음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줬을 때, 그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여러모로 영화는 원작보다 덜 처절하고 훨씬 희망적이었다.
소재가 비슷해서인지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비교되던데 원작은 버드 박스가 먼저 나온지라 버드 박스가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아류일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는 가능성이 있겠지만, 둘 다 재밌는 영화니까 복잡한 건 변호사들에게 맡기고 즐겁게 영화나 봅시다. 영화, 소설 모두 재밌었는데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소설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북으로는 600페이지가 넘었는데, 내내 긴장하면서 읽었고 문장 자체도 막힘 없이 잘 읽혀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