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6월 독후감

2018. 10. 2. 22:04


01.붉은 낙엽 / 토머스 H.쿡
미국 시골 마을, 사진관을 운영하는 에릭 무어와 대학 강사인 아내 메러디스 사이엔 아들 키이스가 있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녀 에이미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키이스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평화로웠던 가족의 일상은 뿌리째 흔들린다. 처음엔 범인을 쫓는 것이 주 내용인 줄 알았으나 읽어갈수록 사건 자체보단 등장인물의 심리에 더 집중된 소설이었다. 사람 마음만큼 흔들리기 쉽고 변하기 쉬운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내가 만약 소설 속 아버지였다면 한 치의 의심 없이 아들을 믿어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보단 심리 소설로 생각하고 읽어야 실망하지 않을 소설이다.


02.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이나이즈미 렌 / E.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해서 골랐던 책이다. 작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던 책이다. 독자에게 책에 대한 정보는 작가와 출판사, 번역가 정도만 보일 뿐 그 외의 제작 참여자에 대해선 무지하기 마련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출판 업계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교열 편집자, 에이전트, 서체와 북 디자이너, 종이 제조, 제본 장인 등 책 만들기의 숨은 주역들에 대해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할인으로 싸게 팔아서 읽었을 뿐, 일본 출판업계가 궁금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다.


03.돌이킬 수 없는 약속 / 야쿠마루 가쿠 / E.
태어날 때부터 얼굴의 반이 멍으로 덮인 무카이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나쁜 길로 빠져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생활을 반복한다. 야쿠자와도 엮이게 된 그는 급기야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무카이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노부코라는 노부인이다. 노부코는 무카이를 숨겨주고 얼굴 수술 비용을 주는 대신 자신의 딸을 무참히 죽인 범인이 출소하면 대신 죽여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던 무카이는 그 조건을 받아들여 얼굴과 신분을 바꾼 채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노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까지 그의 새로운 인생은 완벽해 보였다. 제목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끼워 맞춘듯한 결말이 별로였다. 무료 대여로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04.마지막 패리시 부인 / 리브 콘스탄틴 / E.
앰버 패터슨은 평범한 자신의 삶이 지긋지긋하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앰버의 눈에 사냥감으로 들어온 것은 부동산 거물 잭슨 패리시의 부인 대프니 패리시였다. 대프니 패리시를 밀어내고 자신이 패리시 부인이 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 성공이다. 앰버는 대프니의 호감을 얻어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앰버는 과연 마지막 패리시 부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전에 읽었던 <나를 찾아줘>와 <비하인드 도어>를 섞어놓은 듯한 소설로 킬링타임용이었다. 요즘 저 동네는 이런 유의 소설이 유행인 것인지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05.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 E.
행크, 제이콥 형제와 형의 친구 루는 우연히 눈밭에 추락한 경비행기 안에서 시체와 함께 있던 440만 달러를 발견한다. 그들은 돈을 가져와 행크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6개월 동안 아무 일 없으면 셋이 나눠 갖기로 약속한다. 과연 그들은 이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이 서서히 망가지는 모습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계획은 간단했으나 사람 마음은 계획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걸 간과한 대가는 혹독했다. 세상만사 공짜는 없고 있다 한들 거기엔 매우 위험한 대가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소설이었다. 이 책도 킬링타임용이다.


06.소멸세계 / 무라타 사야카 / E.
소설의 배경은 기존 사회에서 통용되던 개념 대부분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편의에 치중된 평행세계. 결혼은 프로그램에서 매칭시켜준 사람과 하고 각자 애인은 따로 만든다. 결혼을 위한 결혼일뿐 그 안에 애정은 없다. 인공수정으로 얻은 아이는 내 아이란 개념 없이 모두의 아이로서 공동육아를 통해 키운다. 인공 자궁을 이용해 남자 또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 부부간의 섹스는 해서는 안 될 행위, '교미'로 치부하며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은 옛날에나 가능했던 미개한 행동이다. 이런 사회에서 자신이 교미로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된 아마네는 왜 엄마는 자신을 교미를 통해 낳았는지, 자신의 진짜 본능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랑과 섹스에 집착한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설정과 결말이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편의점 인간>으로 유명한 작가던데 이 책 읽고 다른 작품 읽어볼 마음이 싹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