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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5. 19:56



금요일 새벽, 눈이 왔다. 원래도 눈을 안 좋아했지만, 운전 시작한 이후론 더더더 싫어졌다. 내릴 때만 예쁜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제도 차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계속하다가 기온이 영상이라 퇴근할 때까지 길이 얼진 않을 거 같아서 가져갔었다. 눈이 와서 그런지 역시 차가 막혔다. 출근길은 차가 많은 큰 도로라서 괜찮지만 퇴근길이 좀 외져서 걱정됐는데 다행히 녹아 있어서 안전하게 왔다. 어제 퇴근할 때 드디어 주말 앗싸! 하면서 회사를 나오는데 차 키가 없다. 가방을 다 뒤져도 없고 주머니에도 없고 다시 회사 들어와서 자리를 찾아봐도 없다. 어디 갔나 했더니 아침에 회사 들어오자마자 창문을 열었는데 그 창문 밑 테이블에 있었다. 전에 어디서 리모컨을 찾는 리모컨을 봤었는데 차 키를 찾는 리모컨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그 리모컨을 찾는 리모컨도 있어야 할까나. 리모컨셉션도 아니고 끝이 없네.

3층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는데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매우 마음에 든다. 전 세입자는 12시까지 쿵쿵대며 돌아다니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숙면에 방해가 됐었는데 이번 세입자는 내가 출근하러 나갈 때까지 안 일어난다. 덕분에 아주 잘 자고 있다. 피아노도 치고 바이올린도 켠다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지난 주말에 들어보니 연주실력이 수준급이고 생각보다 소리가 작게 들려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책 읽을 때 주로 클래식만 계속 나오는 앱을 틀어놓는데 윗집 바이올린 소리가 더 듣기 좋다. 아직 피아노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이쪽도 연주 실력이 궁금해진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내 덕후 레이더망에 새롭게 포착된 이분의 성함은 해리 셤 주니어 (Harry Shum, Jr). 82년생, 홍콩 출신 어머니와 광저우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출생지는 코스타리카, 여섯살 때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서 국적은 미국. 스페인어, 광둥어, 영어를 한다고 한다. 댄서 출신 배우인데 미드 '글리'에도 나왔고 영화 '와호장룡', '스탭업'에도 출연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몸도 좋고 타고난 비율도 좋다. 춤 출 때 보면 180의 큰 키에도 흐느적거림 없이 선이 아주 예쁘다.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하는 타입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부남이다. 매즈도 댄서 출신 배우에다 유부남인데 해리도 똑같다니 신기하네. 온갖 SNS 섭렵 & 인간 비글 급으로 밝고 활동적 = 끊임없이 떡밥을 던져주는지라 덕후 입장에선 파고 놀기에 아주 즐거운 대상이다. 영상 속 여성분은 '키나 그래니스'로 유튜브로 유명해진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전미 투어를 할 정도라니 인기가 많은가 보다. 해리랑 같이 연인으로 나온 작품도 있던데 매력적이고 예뻐서 부럽지도 않네요.



플리츠백을 하나 샀는데 이 가방은 사연이 좀 있다. 지인과 만나서 백화점을 지나는데 어떤 여자분이 멘 가방이 예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남친과 함께 계셔서 직접 물어보진 못하고 나중에 카페에 앉아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으로 찾던 중 지인이 똑같은 제품을 찾아냈다. 집념의 한국인!!! 가격이 4만 원이 넘어서 보세치고는 비쌌는데 꽂힌 건 사야 하는지라 바로 질러서 손에 넣었다. 실물도 예쁘고 가볍고 안에 백인백도 있어서 좋다. 조말론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어'는 선물 받았는데 좋아하는 향은 아니지만 무난하다. 직접 맡을 때보다 뿌리고 좀 지난 후에 잔향이 좋다. 지속력은 없다. 사실 이런 향보단 중성적인 향이 나는 향수가 갖고 싶은데 내 마음에 쏙 드는 향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 뒤늦게 영화관 가서 <토르 : 라그나로크>를 봤는데 재밌었다. 돈을 잔뜩 쏟아부어서 작정하고 재밌으라고 만든 영화라서 좋았다. 자본주의 상업영화가 이 정도는 돼야지. 괜히 있어 보이려다 재미와 작품성 둘 다 놓치는 영화가 제일 별로다. 마블 영화 중엔 <가오갤 1>이 제일 좋고, 다음으론 <엔트맨>, 그 다음이 <토르 : 라그나로크>. 심각한 건 별로, 그냥 웃기고 재밌게 좋다. 토르가 싸울 때 나오는 '아~아~아~~~아~' 사운드트랙이 귀에 콕 박혀서 계속 듣고 있다.

영화 얘기하니까 최근에 <부산행>과 <범죄도시>를 연달아 보고 마동석에게 반했다. 팔 한 번 휘두르니까 좀비고 인간이고 뭐고 다 나가떨어진다. 진심 멋지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진 않지만 꼭 태어나야 한다면 마동석처럼 태어나고 싶다. 내가 건드리기 전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서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힘 약한 동양인 여자로 살기 짜증 난다. 부산행은 재밌었는데 범죄도시는 너무 잔인해서 며칠에 걸쳐서 겨우 다 봤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반은 눈 감았을 거 같다.



블프를 맞아 비싼 건 못 샀지만, 망고에서 원석 목걸이를 샀다. 겨울옷에 포인트로 할만한 긴 목걸이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자라, H&M, 포에버21 등 다른 스파 브랜드를 뒤졌을 땐 없더니 요녀석이 망고에 있었네요. 롱패딩도 사고 싶었는데 요즘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마음에 드는 건 품절이라 돈을 아끼기로 했다. 안 사면 100% 세일이다.

<마진콜>을 보고 있는데 이 영화 뭐야. 주식 얘기 같긴 한데 뭔 소린지 알 수 없어서 1차 충격. 잘 생긴 남정네들이 떼거지로 슈트를 입고 나와서 2차 충격이다. 재커리 퀸토에서 오~ 폴 베나티를 보곤 우와! 제레미 아이언스에선 말을 잃었다. 이 영화 찍을 때 환갑이 넘은 나이었는데 이야 제일 멋지네. 키가 커서 슈트도 잘 어울리고. 제레미 아이언스 하니까 영화 로리타에서 변태 소아성애자 험버트를 이분으로 캐스팅한 건 정말 미스 캐스팅이었다고 본다. 한낱 쓰레기 같은 변태 소아성애자가 이분의 비쥬얼 때문에 변태 신사쯤으로 보이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 캐스팅이다.



조카 1호의 등쌀에 햄스터를 키우게 됐다. 엄청난 번식력이 걱정돼서 같은 성별로 두 마리를 데려왔다. 다 커도 작던데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다. 왼쪽 회색이 탈출본능을 자랑하는 검둥이, 오른쪽 흰색이 복세편살을 지향하는 흰둥이다. 원래는 한 마리를 코코로 짓는다기에 나머지 한 마리는 샤넬로 지으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초딩에겐 너무 고급스러운 이름이었는지 흰둥이와 검둥이가 됐다. 처음 데리고 온 날 검둥이가 집을 탈출해서 장롱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어렵게 잡았는데, 며칠 전에도 도망쳤다가 다시 잡혔다고 한다. 흰둥이는 안 그런데 유난히 검둥이가 탈출본능이 심하다. 처음엔 정말 작았는데 해바라기 씨를 많이 준 덕분에 애들이 살쪄서 해바라기 씨 말고 다른 걸 위주로 주고 있다. 햄스터 채소도 먹는지 인터넷 검색하다가 귤껍질을 먹는다기에 줘봤는데 뭐 이딴걸 주냐는 식으로 성질을 내서 황당. 살다 살다 이젠 쥐새끼 성질까지 받아줘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 내가 지들 겨울에 추울까 봐 방한용 포치까지 사줬는데 (오른쪽 사진) 배은망덕한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그런 식으로 나오면 니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 씨 계속 안 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