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독후감

2017. 9. 12. 20:22


01. 묵향 33, 34 - 전동조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묵향 리뷰. 오래간만에 새 시리즈가 나왔다기에 34권을 사서 읽는데 생소한 이야기가 나오고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봤더니 33권을 안 읽었네요. 부랴부랴 33권을 주문해서 읽었다. 권수가 많아지니 몇 권까지 읽었는지도 헷갈려서 이렇게 리뷰라도 써놔야 나중에 산 거 또 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구질구질한 구남친처럼 잊을만하면 신작이 나오는 이 시리즈를 아직도 사서 읽는 독자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반쯤은 출판사와 작가에게 기부하는 기분으로 책을 사고 있다. 완결 보는 것이 목표라서 오기로 계속 읽고는 있지만 이제 그만 끝이 보였으면 좋겠다.


02.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원래부터 김영하 작가를 좋아했지만 '알쓸신잡'을 보고 더 좋아져서 신작을 사버렸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소설집인데 '아이를 찾습니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 살 때 유괴된 아들을 십일 년 후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들만 찾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십일 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보는 순간 무너진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아들이 돌아왔는데 그 아들은 부모가 기억하는 아들이 아니었다. 여전히 그들은 생물학적으론 부모와 자식이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져 남보다 더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된다. 누구나 몇 십 년 만에 만난 사람이 그저 눈물 나게 반갑고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고 처지가 다른데 어찌 영화처럼 그저 반갑기만 할까. 그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는 있겠지만 진짜 아들과 진짜 부모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일곱 편의 단편을 읽는 내내 곁에서 맴돌던 상실감과 허무함은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면 자연스레 갈무리가 된다. 하지만 내내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함이 싫은 분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글이다.


03. 5년 만에 신혼여행 - 장강명
제목 그대로 작가 부부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떠난 신혼여행에 관한 에세이다. 신혼여행지는 보라카이! 보라카이 이름만 많이 들었지 어디에 있는 섬인지 몰라 검색해봤는데 필리핀이었다. 면적이 11m² 라니 정말 작은 섬이었구나. 섬은 예쁠 테지만 그 작은 섬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바글거릴 걸 생각하면 별로 일 것도 같다. 사실 신혼여행 이야기는 큰 감흥이 없었고 (나와는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더욱더) 이 신혼부부의 사는 모양이 더 흥미로웠다. 이 합리적으로 아름다운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부부가 합의하고 결혼하자마자 남자 쪽이 정관수술을 받았고, 집 현관에는 '효도는 셀프'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이 부부의 사는 모습, 아주 마음에 든다.


04.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 이미경
이미경 화가가 펜화로 그려낸 전국의 구멍가게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그림을 먼저 보고 마음에 들어서 그림 소장용으로 샀다. 닮은 듯 저마다 다른 풍경이 섬세한 펜 끝을 거쳐 아름답고 편안한 그림으로 새로 태어난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책의 크기였다. 글보다 그림이 위주인 만큼 책 크기가 컸으면 좋았을 텐데 일반 책 사이즈라 아쉬웠다. 이렇게 써놨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큰 사이즈로 한정판이 나왔네? 먼저 산 사람만 억울하다.


05. 잃어버린 것들의 책 e. - 존 코널리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런던에 살고 있던 소년 데이빗은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그 슬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아빠의 재혼까지 겪게 된다. 새엄마와 친해지기도 전에 이복동생까지 생기면서 최악의 사춘기를 맞게 된 데이빗에게 어느 날부터 책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동화 속 세상으로 원치 않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동화 속 세상이라고 해서 옛날 옛적으로 시작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호락호락한 세상을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데이빗이 떨어진 그곳은 희망과 사랑이 아닌 죽음과 위험이 넘치는 세상이었다. 처음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했던 데이빗은 점차 동화 세상에 적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한다. 현실이 아닌 상상 속 세계에서 성장해가는 소년을 만날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본문 뒤편에 실린 동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