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기원>이란 명작 하나로 미국의 지성이자 위대한 소설가의 반열에 오른 '해리 쿼버트'. 어느 날 그의 집 정원에서 33년 전 실종된 소녀 '놀라'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위대한 소설가가 실은 추악한 살인자였다는 사실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모든 것이 해리 쿼버트가 살인자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단 한 사람, 그의 제자이자 미국 문단의 떠오르는 스타 '마커스 골드먼'이 스승이자 친구인 해리 쿼버트의 무죄를 밝히고자 사건을 추적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예전에 봤던 영국 드라마 '브로드처치'가 떠올랐다. 작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 재앙처럼 닥친 살인사건. 범인은 마을 안에 있다. 과연 누구일까? 로 시작되는 드라마는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 안에서의 범인 찾기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모든 인물이 의심스러워지며, 범인은 대부분 가장 덜 의심스러운 인물인 경우가 많다. 이 소설도 그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의외의 범인보다 더 의외의 사실이 마지막에 밝혀지기 때문에 조금 더 흥미롭다. 처음엔 마커스가 해리의 누명을 벗겨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응원하며 읽었고 마지막엔 놀라와 억울하게 희생됐지만, 재능이 넘쳤던 또 한 명의 주인공 인생이 참 기구하단 생각이 들었다. 죽은 이(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는 말이 없고 결국 해리 쿼버트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마커스 골드먼'이 되었다.

여기저기 재밌다고 유명세를 탄 책은 일부러 외면하다가 결국엔 궁금증을 못 이겨 뒤늦게 보고 마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인데 책하고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보면 될 것을 왜 저러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해리,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되죠?"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 되네. 자유는, 자유를 향한 열망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전쟁 같은 거야. 우리는 모두가 체념한 상태로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사회를 살고 있지. 그런 상태를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고 또 온 세상과 싸워야 하네. 자유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매 순간의 싸움이야.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걸세." -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