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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18. 19:48



추위를 많이 타는 냉혈인간이라 6월이 되어서야 구스 이불과 이별하고 까슬 거리는 여름 이불로 바꿨다. 아망떼에서 피그먼트 패드, 이불 2개, 베개 커버까지 3.8에 샀는데 배송은 조금 느렸지만, 제품은 마음에 든다. 예전엔 침구를 크게 가리지 않고 집에 있는 거 잡히는 대로 썼었는데 수면의 질에 신경 쓰게 된 이후로 베개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 잠을 못 자면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지는지라 컨디션 유지를 위해선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하다. 수면욕>>>>넘사벽>>>식욕임. 침구는 너무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에 질리지 않을 디자인과 색, 사용하는 데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질이면 만족한다. 자고 일어나면 목이 자주 아팠었는데 라텍스 베개로 바꾼 이후론 아픔이 싹 사라져서 정말 좋다. 지금은 2만 원대 가장 저렴한 걸 쓰고 있는데 나중에 좀 더 좋은 제품으로 바꾸고 싶다.

면허 딴지 2개월. 초보 운전 1개월 차. 그 사이 회사가 이사해서 출근길이 바뀌었다. 원래 회사 위치는 차는 엄청 막히지만, 차선변경 세 번만 하면 크게 어려울 게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사한 곳은 시야가 안 좋아서 회사에서 도로로 나가는 것부터가 난관이고 망할 비보호 좌회전이 두 번이나 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비보호가 없고 차가 적은 길을 발견해서 지난주부터 그 길로 출퇴근하고 있다. 신호는 정말 많지만, 초보에겐 차라리 신호 많은 곳이 편하다. 처음보단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운전대를 잡으면 긴장된다. 뭔가 불안해서 앞차와의 간격을 조금 떨어트리고 가는데 그 사이로 세상의 모든 차가 끼어드는 기분이다. 차선을 바꾸고 싶은 차여~ 모두 내 앞으로 오라!!! 가장 무서운 건 나 자신, 다음으론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앞에서 깔짝거리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차 중에선 운전 매너가 가장 더러운 택시와 대형버스, 대형트럭이 무섭다. 물론 그들에겐 나 같은 초보가 가장 답답하고 무섭겠지요. 며칠 전 퇴근 할 때 나보다 더 심각한 초보를 만났는데 1차선에서 그렇게 천천히 가다니 초보인 나도 답답했다. 차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느릿느릿 가는데 저건 정말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전히 운전은 무섭지만 어찌어찌 하고는 있다. 베스트 드라이버까진 바라지도 않고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사고 없이 무사히 운전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운전하면서부터 깨달은 사실 하나. 내가 걷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30분씩은 걸었는데 그걸 하지 못하니 운전 자체도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도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음악 들으면서 걷고 전철에선 책도 읽고 하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그게 사라져버려서 매우 슬프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걷던 걸 갑자기 멈췄으니 몸에도 좋지 않을 것 같고. 퇴근 후에라도 걷기 운동을 할까 생각 중이다. 운전하면 삶의 질이 급상승한다는데 아직 초보인 나는 삶의 질이 급하락한 기분이다. 주차는 주행보다 더더더 답 없는 실력이라 출퇴근 때 말고는 운전은 안 한다. 자꾸 해봐야 는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히 운전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과연 익숙해질지 의문스럽다. 제발 운전이 재밌어지는 날이 나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독후감은 또 밀리고 있다. 올해부턴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잠자기 바쁘니 에효. 전보다 독서량은 줄었지만, 꾸준히 읽고는 있다. 하루키 여행기 신작이 나와서 주문해서 읽고 있는데 처음 읽는 내용도 있지만 분명 전에 읽었던 내용도 있어서 신작인데도 신작이 아닌 느낌이다. 랑야방 번역서도 나온다고 해서 예약했다. 3권 세트로 한 번에 나오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작은 출판사라 그런지 한 권 팔아서 번 돈으로 다음 권을 만들고 그런 식인 것 같다. 책 정말 안 읽는 나라에서 출판사를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란 걸 알아서 그런지 아쉬운 마음보단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랑야방 팬이 워낙 많아서 예약 판매 며칠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데, 번역만 잘 빠졌으면 정말 좋겠다.

얼마 전에 <미비포유> 영화를 봤다. 원작 소설을 읽어서 영화는 전혀 기대 없이 봤는데 예상외로 재밌었다. 스토리야 뻔하지만, 영상이 예쁘고 남녀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촬영지 풍경도 아름답고, 윌이 사는 집도 예쁘고, 루이자의 패션도 귀엽고, 원작자 조조 모예스가 각본을 써서 그런지 대사도 좋았다. 배우 둘 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았는데 남주인공은 헝거게임 피닉이었고, 여주인공은 왕좌의 게임 용애미였다. 루이자가 내내 눈썹으로 오버스럽게 연기하는 건 좀 거슬렸지만,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윌은 웃을 때 입매가 살인적으로 예뻐서 보는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세기의 미남으로 나오는 피닉일땐 몰랐는데 정말 잘 생겼다. 소설보단 더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너무 신파로 흘러가지 않게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다. 건강할 때도 그렇지만 아플 땐 더 돈이 중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교훈을 얻은 영화였다.



얼마 전에 이사 온 회사 근처 풍경. 건너편엔 아파트 단지도 있는데 바로 앞, 뒤, 옆은 논과 밭이다. 사진상으론 한적한 시골 마을 같지만, 실제론 차도 엄청 많이 다니고 시골 느낌은 전혀 아니다. 여전히 회사 일은 많은 데 하기 싫어서 미칠 것 같은 나날이다. 로또라도 당첨돼야 그만둘 수 있을 텐데 5천 원도 되질 않으니 벗어날 길이 없다. 능력이라도 있으면 이직이라도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뭐했나 한심해져서 참고 다녀야지 싶다가도 또 다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고 오락가락 이다. 쉬지 않고 10년을 달렸더니 지쳤나 보다. 한 달 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며칠 전 오랜만에 회식했는데 속이 안 좋아서 힘들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왜! 술을 먹는지 이해 불가. 그래도 보스가 대리비를 두 번이나 줘서 신사임당 하나는 건져서 좋았고요? 회식 자주 안 하는데 한 번 하면 죽자고 술을 먹으니 무섭다 무서워. 점심때 밥 한 끼 먹는 거로 회식하는 회사가 부럽다. 회식 이후로 이상하게 목 안쪽이 간질간질해서 헛기침을 자꾸 하게 되고 머리도 아프고 이상하게 눈곱도 많이 낀다. 생리도 이상하게 하고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다. 비염 때문에 한참 고생하다 나을만하니 회식해서 또 이상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오랜만에 포스팅 좀 하려고 했더니 본문 하단에 떡 하니 '신고' 버튼이 생겼네. 댓글에 신고 버튼은 그렇다 치는데 본문 하단에 신고 버튼은 정말 맘에 안 든다.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치환자를 알려주던가 일방적으로 넣어놓다니 이게 뭐야 진짜. 지난번엔 공감 버튼 때문에 짜증 났는데 신고 버튼은 더 거지 같다. 티스토리 점점 더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