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에서 출간되는 한국 신인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서 별 고민 없이 주문했던 책이다.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책은 100%는 거짓말이고 90% 정도는 사들이고 있다. 받고 보니 K-오서 어워즈 미스터리 부문 당선작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데 인터파크에서 주최하는 신인 작가 발굴 공모전이고 당선이 되면 바로 책이 출간되는 모양이다.

한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삼일공동주택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발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흉물 저택으로 전락한다. 귀신에 쫓겨 유산한 임산부, 삼일주택 근처 옹벽에서 추락사할뻔한 남자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괴담이 넘쳐나는 가운데 근처에 등산 왔던 중년 남성이 삼일주택 야외 화장실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지만, 단순 심장마비로 결론이 난다. 파출소 우 경사는 남자의 죽음이 삼일주택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삼일주택으로 향했다가 실종되고 만다. 비슷한 시기, 미혼모와 불법 성매매를 취재하던 방송국 조 PD는 삼일주택에 아이들이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에 나서는데 운전기사와 카메라 기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동행했던 영매와 함께 실종되고 만다. 그것도 타고 있던 차량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말 그대로 증발이다. 동료 경찰에 이어 PD까지 실종되자 삼일주택 거주자들을 수상히 여긴 연 경사가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이들을 수사하기 위해 세입자로 위장하여 삼일주택 안으로 잠입하게 된다.

가독성도 좋고 문체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중반까진 좋았는데 후반부에서 맥이 빠진다. 다 읽고 나니 과정 없이 결과만 손에 쥔 꼴이어서 이게 뭔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열린 결말도 아닌 열린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 작가가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간 데에는 의도한 바가 있었을 텐데 그걸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머릿속엔 물음표만 가득할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독자가 같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니 개인의 이해력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얀 소복이요? 이런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저는 그것도 좀 못마땅합니다. 귀신들은 대체 언제까지 하얀 소복만 입을 거랍니까? 그게 무슨 유니폼이에요? 살아서는 멀쩡하던 년들도 귀신만 되면 조선 시대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복식이 존재해 왔는데 아직도 그걸 입어요? 귀신이 있다면 내가 꼭 물어보고 싶네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유교 관념에 너무 젖어 있어요. 귀신이 청바지도 입고 미니스커트도 입을 수 있는 거지, 왜 소복만 고집하는건지, 원. 그러니 나라가 잘될 리가 있습니까? 귀신부터 바뀌질 않으니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겁니다. 아, 이런,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친한 친구가 죽고 나니 요즘 사는 게 말이 아닙니다. 세상의 가장 큰 즐거움을 잃었어요."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