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부동산 - 이휴정

2015. 2. 26. 20:58


 
여주인공 '이탄경'은 19살 학생, 남주인공 '조위'는 29살의 미주 부동산 사장님이다. 현실적으론 교집합 따위 없는 그들이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불가능은 없다. 마침 혼자 살 집을 구하던 탄경이 위의 부동산에 들렀다가 마침 비어있던 그의 집 2층에 세 들어 살게 되는 것으로 교집합이 만들어지고 같은 공간 안에서 그들의 감정선은 하나씩 얽히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꽤 분량이 많은 소설인데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두 사람이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 탄경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이탄경의 성장기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탄경과 위가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열아홉과 스물아홉에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다 평범하게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처음 하는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소녀의 심정도, 자신을 좋아한다 말하는 소녀를 눈앞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자의 심정도 모두 이해가 돼서 1권에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들 하는데 탄경과 위의 첫 만남은 그 시기가 좋지 않았다.

2권에선 잠시 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데 탄경이 화자이다 보니 탄경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반해, 위의 변화는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10년 이상을 괴로워하던 일이 단 몇 년 만에 그렇게 쉽게 해결되다니 의아하기도 했다. 들여다보자면 결코 쉽게는 아니었겠지만, 남주인공 위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다. 여주인공도 어른이 됐다기보단 어른 흉내를 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계속 읽다 보니 적응이 되긴 했다. 열아홉 이탄경의 순수함이 좋아서 어른이 된 탄경이 낯설었는지도 모르겠다.

1권에 비해 2권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글이었다. 로맨스 소설은 일 년에 한 두 편씩 읽게 되는데 아직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능가하는 소설은 만나보질 못했다.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난 이상하게도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작위적인 것이 싫다. 차라리 발에 챌 만큼 흔한 이름이 낫지 살면서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는 독특한 이름은 정이 안 간다. 이 소설 속의 '이탄경'과 '조위'도 작위적인 느낌이어서 그 점이 아쉬웠다. 소설을 쓸 때 인물의 성격과 잘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이름을 짓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하다.


누군가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 P.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