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2015. 1. 24. 20:14



<The Shawshank Redemption>이 우리나라로 물 건너 오는 과정에서 <쇼생크 탈출>로 바뀐 것은 못내 아쉽지만, 제목이야 어찌 됐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임에는 변함없다. <쇼생크 탈출>은 1994년 개봉 당시 그 유명한 <포레스트 검프>에 밀려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는 됐지만 상 하나 받지 못했다. 그런 영화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 영화로 손꼽히니 좋은 것은 나중에라도 빛을 보게 마련인가 보다. 작년 개봉 20주년을 맞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인 사진을 봤는데 그들의 얼굴에 20년 세월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20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영화를 만들고, 연기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모든 장면과 대사를 사랑하지만, 옥상 작업을 마치고 나란히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동료들을 앤디가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장면이 제일 좋다. 앤디의 감옥 생활을 바꾼 계기가 된 장면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교정에 울려 퍼지는 '피가로의 결혼'은 어둠 속에 한 줄기 밝은 빛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앤디가 독방 신세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었다. 감옥 동료들이 앤디에게 선물한다고 작업 중에 몰래 돌을 모으는데 헤이우드가 말똥을 돌인 줄 알고 주운 건 봐도 봐도 재밌다. 헤이우드가 bullshit이라고 했더니 옆에 레드가 horseshit이라 한 게 너무 웃긴다. 감옥 안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브룩스의 최후는 볼 때마다 안타깝다. 앤디가 탈옥에 성공한 뒤 그의 방에서 탈주로를 발견한 소장의 표정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우리의 똘똘이 앤디가 철저하게 소장의 뒤통수를 쳤으니 유쾌하고 통쾌하다. 마지막 드넓은 태평양에서 앤디와 레드가 만나는 장면까지 수없이 봐서 질릴 만도 한데 볼 때마다 좋다.

내가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 있지 않나 싶다. 단순히 희망을 꿈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으로 희망을 거머쥔 것 또한 좋았다. 지금의 나는 아무런 구속도 당하지 않는 편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쇼생크 교도소 안의 앤디보다 더 절망에 물든 삶을 사는 것 같다. 앤디처럼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럴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인지, 둘 다인지는 잘 모르겠다. 희망을 항상 곁에 두고 사는 것은 어렵지만, 희망은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앤디의 말엔 언제나 공감한다. 내 곁에 있는 희망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Dear Red. If you're reading this, you've gotten out. And if you've come this far, maybe you're willing to come a little further. You remember the name of the town, don't you? I could use a good man to help me get my project on wheels. I'll keep an eye out for you and the chessboard ready. Remember, Red. 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I will be hoping that this letter finds you, and finds you well. Your friend. Andy.

<The Shawshank Redemption> The Shooting Script - P.116



친애하는 레드. 만일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이제 자네도 밖으로 나왔겠지. 확실한 방법으로 나왔겠지. 만일 여기까지 쫓아왔다면 조금만 더 나를 따라올 생각이 있겠지? 그 마을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나?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사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그 전에 내가 한 턱 낼 테니까 한 잔 마시게. 그러고 나서 잘 생각해 봐. 나는 자네가 언제 올지 눈을 쟁반처럼 크게 뜨고 기다리고 있어. 레드, 잊으면 안 돼. 희망은 무엇보다도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결코 죽지 않는 법이야. 나는 희망하고 있어. 이 편지가 자네에게 발견되기를, 그리고 건강한 자네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너의 친구. 피터 스티븐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P.164~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