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 조지 오웰

2014. 9. 10. 20:43



1984년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삼대 전체주의 국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국가는 오세아니아다. 당은 당원을 지배하기 위해 지난 역사를 날조하고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등을 이용하여 당원의 모든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한다. 그런 당의 통제에 의문과 반발심을 품은 윈스턴 스미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윈스턴은 진리부 기록국에서 당이 예언한 모든 것들을 문서 상으로 증명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당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과거의 일을 현재에 맞춰 조작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윈스턴은 당의 눈을 피해 일기를 작성하고 같은 청사 내에 근무하는 줄리아와 몰래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당이 금지하고 있는 육체적 쾌락을 연인과 함께 보란 듯이 즐긴다. 어느 날 내부당원 오브라이언의 조심스러운 초대에 응하게 된 윈스턴과 줄리아는 그곳에서 반당 지하 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하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내부 반역자가 되었다. 이후 사상경찰에 체포된 윈스턴과 줄리아는 서로 다른 곳에서 온갖 고문을 받고, 하지 않은 일을 자백하고, 서로를 배반한다. 그렇게 인간의 모든 가치를 잃은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이 소설이 쓰인 1940년대엔 소설 내용 자체가 허무맹랑한 공상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은 더는 공상이 아니다. 우리는 보안과 범죄예방 등의 이유로 많은 시간 감시 카메라에 노출된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나의 현재 위치를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는 손쉽게 해킹되어 전 세계에 헐값으로 팔리고 범죄에 악용된다.

분명 정보화 사회가 이루어낸 업적은 엄청나다. 작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쇼핑은 물론 은행 업무, 문서 작성 등 못 하는 것이 없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편해졌고 그만큼 의존적이 되었다. 터치와 클릭 몇 번이면 대부분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예전엔 TV를 바보상자라 불렀지만 이젠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육체적 안락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생각하는 힘을 빼앗아 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유 의지를 잃는다면 머지않아 우리 또한 빅 브라더의 지배를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 사회에 대한 예언이 아닌 정보화 사회에 대한 경고였던 <1984>. 조지 오웰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것이 당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과거는 본질적으로 변경될 수 있음에도 여태 그런 적이 없다.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히 진실하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이치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말살시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를 '현실 제어'라 칭했는데,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 P.53

그들은 심문으로 비밀을 알아낼 수 있고, 고문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는 게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단 말인가? 사람들이 그들을 자신들과 똑같게 개조시킬 수 없듯 그들 또한 사람들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없다. 설령 그들이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하더라도, 인간의 속마음까지 공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속마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P.237

윈스턴은 빅 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사십 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불필요한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안을 떠나 스스로 고집을 부리며 택한 유형(流刑)이여! 그의 코 옆으로 진 냄새가 나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잘 되었다. 싸움은 끝났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 P.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