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격이었다면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부터는 리스베트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리스베트, 리스베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는 미카엘, 이번에야말로 리스베트를 사회로부터 완벽히 매장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정부의 검은 조직. 무대는 짜졌고 그들의 움직임을 쫓으면 될 일이다.

2부에서 꼭 밝혀줬으면 했던 점이 리스베트가 '모든 악'이라 명명한 과거의 사건과 후견인 '비우르만'의 최후였다. '모든 악'은 권력과 힘을 등에 진 더럽고 비겁한 어른들의 작품이었다. 그들에게 리스베트의 존재는 깨끗이 치우고 묻어버려야 할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은 몇 년간 리스베트를 정신병원에 묶어두는 것에 성공하지만, 후견인 제도로 그녀가 사회에 나오게 됨으로써 그들의 계획에 예상치 못한 구멍이 생긴다. 성매매를 폭로하는 기사와 책을 준비하던 미아 베리만과 다크 스벤손이 살해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리스베트를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리스베트를 매장 하고자 하는 자들이 충돌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비우르만'은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 너무 허무해서 조금 아쉽기까지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리스베트는 점점 호감이 되어가지만, 미카엘의 매력은 1부에서 정점을 찍고 점점 하락하는 느낌이다. 소설 속에선 매력 넘치는 두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론 잘못 걸리면 영혼까지 탈탈 털릴 것만 같아서 두 명 모두 가까이 두고 싶진 않은 타입이다. 애초에 사는 세계가 달라서 마주칠 일도 없을 테지만.

밀레니엄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재미'에 있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글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좋다. 찾아보니 이 소설도 영화로 제작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온 영화는 별로였는데 스웨덴에서 제작한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다. 휴가 끝나기 전에 찾아봐야겠다. 딱히 독후감이랄 것도 없는 독후감이지만 이 시리즈에 대한 독후감도 이제 마지막 3부만 남겨놓고 있다. 3부에서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소설이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정말 그런 행동을 했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런 것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정상을 참작할 만한 상황이 있었는지, 그런 격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의 문제 따위는 그들로선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들은 오직 그녀를 잡아 그녀가 정말 총을 쏘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에만 관심 있을 뿐, 그녀의 생각을 알아보거나, 원인을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적당한 설명으로 만족하려 했고, 그런 설명조차 찾을 수 없다면 그녀를 정신 나간 미치광이로 몰아가려 하고 있었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범으로 만들어버리려는 거지……. 아르만스키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P.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