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신문에 기고했던 북칼럼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다. 간략한 책 소개와 함께 그에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나 생각을 덧붙인 글인데 호흡이 짧은 글이라 출근길에 한두 편씩 읽기 좋았다. 널리 알려진 <어린왕자> 같은 고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아무래도 영문학 박사이다 보니 영문학 소개가 많은 편이었다. 영문학 중에서도 영시가 많이 나오는데 시는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라서 어떻게 생각하고 느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한국어로 된 시는 익숙한 언어와 글과 감성이라서 아름답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는데 영시는 잘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까?

북칼럼 모음집이고 독서에세이로 분류된 책이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저자의 신변잡기였다. 수필 중에서도 글솜씨 좋은 작가가 써내려간 소소한 일상 이야기처럼 재밌는 것이 없다. 소위 '막장'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듯 순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글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 장영희 교수의 책은 아껴가면서 읽고 있다. 저서와 번역서를 모두 합하면 수가 꽤 되는데 아직은 읽은 책 보다 읽어야 할 책이 더 많다. 머지않아 남은 책도 모두 읽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엔 아쉬움보단 기쁨이 더 클 것이다. 고 장영희 교수의 수필은 밝고 긍정적이고 솔직하고 따스하다. 문체 또한 간결하고 꾸밈이 없어서 내용 전달이 잘 되고 막힘없이 잘 읽힌다. 소아마비로 인한 불편한 몸으로 여러 번의 암 투병을 겪으면서도 저자가 써내려간 글에선 한점의 그늘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저자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비록 살아생전 몸은 불편하고 아팠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멋대로 생각해본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러한 인간 이해는 필수조건이다. -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