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기 위해 땅을 사고 그 위에 온실과 집을 짓고 꽃과 나무를 심는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 위엔 해를 거듭할수록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란다. 화분에 담긴 작은 정원이 아닌 자연과 맞닿아 있는 정원. 타샤 튜더의 정원이다. 시간, 공간, 돈, 지식, 인내와 사랑이 모두 필요한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켜볼 수 있었던 책이었는데 식물 사진만 봐도 눈과 마음이 편해져서 행복했다. 이 책을 샀던 목적도 눈과 마음의 휴식이었으니 처음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평소 식물 키우기나 정원 가꾸기에 크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당이 있는 내 집이 있다면 작은 정원을 가꿔보고 싶다. 식물에겐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정원이 살기 좋겠지만, 온갖 종류의 곤충과 벌레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내 집 앞마당에 작은 정원이면 만족스럽겠다. 나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해서 집 가꾸는 것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 문제는 내 집이 없다. 내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내 것이 아니면 무관심한 타입이라 내 집이 생길 때까진 집 꾸미는 거라던가 식물 키우기, 고양이 기르기 등은 모두 보류다.

정원 사진이 많이 실려 있는데 간혹가다 아는 이름의 식물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건강하고 예뻐 보인다. 생명을 보살피는 일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 같아서 시간을 들여 정성과 사랑을 듬뿍 주면 대부분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난다. 세상만사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은 식물 키우기에도 해당하는 것 같다. 정성 들여 보살피는 만큼 예쁘고 건강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 무언가를 내주지 않고는 무언가를 받을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삶의 진리를 꽃과 나무를 보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나의 정원은 만들어진 지 30년도 더 지났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거름을 흙에 섞어가며 토양을 화초에 알맞게 변화시켜왔지요. 또 다행히 이곳은 애팔래치아 산맥 북단 그린 마운틴즈라는 이름을 가진 산맥 지대로 연중 강우량이 유독 많은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식물들이 보통 이상으로 잘 자라주고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유는, 오랜 세월 땅의 힘을 키워가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자연의 준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