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묵~향~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작가의 개인 사정에 의해 1년 2개월 만에 나오게 됐다는 31권. 개인 사정에 의해 책이 늦게 나온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뒤편에 지면까지 할애해 주절주절 변명 비슷한 개인사를 늘어놓은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냉정한 독자라 죄송합니다. 지겹도록 질질 끌며 이어지는 이야기에 기대 따위 버린 지 오래지만, 묵향이 없는 묵향이라니. 묵향이 없는 자리를 아르티어스와 브로마네스가 메꾸고는 있지만, 주인공 없는 판타지 소설은 루비 없는 진집사처럼 허전하다. 31권은 나이를 드실 대로 드셨지만, 여전히 철없는 골드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 두 마리가 인간 세계로 유희를 떠나는 내용이 주인데 (물론 둘의 목적은 다른 곳에) 어째 글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시작이 인터넷 소설이긴 했으나 초반엔 내용도 글도 탄탄한 편이었는데 3부부턴 급격하게 가벼워졌다. 그동안 본 게 아까워서 오기로 계속 보고는 있지만, 끝없이 쌓여만 가는 실망감을 어찌할꼬. 작가님 다른 건 안 바라니 묵향이 무림 평정하고 끝나게만 해주세요.


"눈을 한번 감아 보게. 아주 완벽한 어둠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지. 내가 지금껏 봐 왔던 것은 눈을 통해서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 말대로 눈을 감고 나서야 아르티어스는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그 어색한 감각 이상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