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 쑤퉁

2013. 9. 9. 20:27



배경은 가상의 중국 왕조 섭나라. 주인공은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제왕이 된 '단백'. 내용은 제목 그대로 제왕의 생애이다. 살면서 주변을 봐도 그렇고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렇고 자신에게 맞는 위치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닫게 된다. 내가 가진 그릇에 너무 넘쳐도 너무 모자라도 삶은 비극에 가까워진다. 섭왕 단백의 삶이 그러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제왕의 자리에 오른 단백은 무엇하나 스스로 결정 내릴 수 없는 꼭두각시 왕이었다. 그는 너무 어렸으며 철없었고 제왕의 옷은 언제나 남에 옷을 빌려 입은 듯 어색하게만 보였다. 무능한 제왕이 다스리는 섭나라는 민란과 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본래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단문에 의해 단백은 제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과거 저잣거리에서 광대의 줄 타는 모습을 보며 ‘왕인 자신보다 저 광대가 더 자유롭고 위대하다.’라고 말했던 단백은 평민이 된 후 스스로 자유롭고 위대한 광대가 되기 위해 줄타기 기예를 익히는 데 매진하게 된다. 머지않아 단백은 '줄타기 왕'으로 명성을 얻게 되고 나라를 돌며 공연을 시작한다. 마지막 공연지는 왕궁이 있는 수도 경성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에야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된 단백.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에 애착이 큰 나 같은 사람은 단백이 찾은 진정한 자유엔 평생 이르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남은 인생을 마음 편히 산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열심히 아득바득 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편안한 마음으로 적당히 갖고 적당히 누리며 적당히 살다 가는 인생이 목표다. 작가의 말처럼 어차피 인생은 꿈속의 꿈이 아니던가.


“장현령은 메뚜기 떼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옵고 메뚜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 것이옵니다. 장현령은 그날 현의 모든 아전들에게 명하여 밭에 있는 메뚜기를 모두 잡게 하였으나, 아무리 잡아도 효과가 없자 미치기 일보직전이 되어 잡은 메뚜기를 모두 집어삼켰다 하옵니다. 현의 백성들이 모두 이 일에 감동을 받아 눈물바다를 이루었다는 후문이옵니다.” 나는 안자경의 말을 듣고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내가 말했다. “메뚜기는 곡식을 삼키고, 현령은 메뚜기를 삼키다니. 세상에 신기한 일도 다 있구나. 하지만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난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배현의 현령이 메뚜기를 잔뜩 먹고 죽은 것은 황당하고도 비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미덕과 절개로서 표창함이 마땅한 것인가? 나는 조례 때 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자주 난감한 상황에 빠졌고, 그럴 때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대들 가운데 광대의 줄타기를 본 사람이 있는가?” - P.169~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