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듣고 북스피어에서 IT 관련 서적도 출판하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SF 소설이었다. 소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거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다마고치'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가상 애완동물 '디지언트'와 그들을 키우는 인간, 그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재미있어 할 소설은 아니다. 전문적인 용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지지만 던져진 것들을 다 주워담지 않아도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대학 시절 전공 서적을 읽는 듯한 건조함과 딱딱함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실제 내 전공이 이런 쪽이라서 그런지 읽으면서도 뭔가 필기를 하고 외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SF 장르에 흥미가 없는 것도 재미를 못 느낀 이유 중의 하나일 테고. 판타지는 예전에 꽤 많이 읽었었고 지금도 싫어하지 않는 편인데 SF 쪽은 어떤 매체가 됐든 흥미가 없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장르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테드 창의 다른 책은 읽어 보고 싶어졌다.


잭스를 키우며 애나가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면 지름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이십 년 동안 존재하면서 습득하는 상식을 얻고 싶다면 그 일에 이십 년을 들여야 한다. 이에 상응하는 자기 발견적 방법론을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내에 조립할 방도는 없다. 경험은 알고리즘적으로 압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