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어딘가 괴상한 옛날이야기'가 되겠다. 동명 영화의 원작 소설로 국민도서관 책꽂이 사이트에 들렀다가 눈에 보이기에 바로 빌렸다. 이름도 어려운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 소설집이다. 낯선 인명과 지명은 그렇다 쳐도 번역된 우리말조차 낯설어서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본문에 나온 우리말 몇 개를 소개해 보자면 콩켸팥켸, 잘코사니, 는개 등이 있다. 살면서 처음 들어 본 우리말 단어도 많고 번역 자체가 쉽게 읽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용이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단점들이 모두 커버 가능했던 소설이었다.

표제로 쓰인 '미하엘 콜하스' 같은 경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후반부가 매우 흥미로웠고, 'O.후작부인'은 200년 전에 쓰인 글의 소재치고는 굉장히 과감해서 놀라웠고, '싼또도밍고 섬의 약혼'은 엇갈리는 연인의 운명이 안타까웠고, '로까르노의 거지 노파'는 내용보다 단 두 페이지로 이야기가 끝나서 그게 더 인상적이었다. '주워온 자식'의 경우 머리 검은 짐승은 함부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격언이 떠올랐으며, '성 체칠리아 또는 음악의 힘'에서 네 명의 아들들을 미치게 한 건 둘 중 무엇이었을지 지금도 궁금하다. 마지막 단편 '결투'의 경우 살인 사건으로 시작되지만, 중간에 연애 소설적인 면도 보이고 마지막엔 두 남자의 결투로 마무리된다.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특색있는 소재와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뒤편에 작가와 각 단편에 대한 해설도 친절하게 실려 있는데 난 이런 해설을 읽으면 더 머리가 아파서 대충 훑어 보고 말았다. 내가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우선이고 이런 해설은 적당히 걸러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미하엘 콜하스> 영화는 정식 개봉도 하기 전에 칸에서부터 일찌감치 혹평을 듣고 있던데 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평가가 그런지 궁금해진다. 원작 소설은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영화로 만들기엔 밋밋하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매즈 미켈슨 주연 영화라서 잘 되길 바라는데 말이지. 프랑스에선 8월 14일 개봉이던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다면 꼭 영화관 가서 보고 싶다. <더 헌트>를 영화관 가서 못 본 것이 지금도 아쉬우니.


목사님께서 저에게 똑똑히 밝혀주셨다시피, 제가 인간 사회에서 추방당한 게 아니라면, 제가 인간 사회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악행입니다. 추방당했다고! 루터가 콜하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는 무슨 터무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느냐? 네가 사는 국가 사회에서 누가 너를 추방했단 말이냐? 국가가 존재하는데, 누가 무엇을 하든 국가에서 추방되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 제가 말하는 추방당한 자란, 콜하스는 종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를 뜻합니다! 저는 그 보호를 받아야만 평화롭게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습니다. 그 보호를 믿었기에 모은 재산을 다 들고 이 사회에 들어온 것입니다. 이런 보호를 해주지 않는 것은 저를 황야의 야수들에게 쫓아내는 것입니다. 저 자신을 지키라고 제 손에 몽둥이를 쥐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목사님도 그렇지 않다는 말씀은 못하시겠지요? -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