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빌 검거 이후 FBI 내부에서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린 클라리스 스탈링. 탈옥 이후 7년 동안 행방이 묘연한 한니발 렉터. 그리고 정육업으로 부를 축적한 버저 집안의 메이슨 버저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그는 막대한 부를 이용하여 한니발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메이슨이 왜 그토록 한니발을 잡고 싶어하는지는 직접 읽어보시라.

소설 <한니발>은 탈옥한 한니발을 잡기 위한 내용인 만큼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경찰 신분이면서도 한니발을 메이슨에게 넘기려 하는 파치 반장은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이었고, 메이슨 버저의 동생 마고 버저는 가장 빛나는 조연이었다. 마고 버저와 바니의 관계는 한니발과 클라리스의 관계와는 다른 의미로 흥미로웠다. 난 사실 두 사람이 잘되길 바랐는데 그리되면 너무 뻔하긴 했을 테니 작가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한동안 개미가 무서웠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돼지가 무서워졌다. 소설에 나오는 그런 험악한 돼지가 실제로도 있는 걸까.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의 산물일까. 뭔가 굉장한 결과물을 볼 것만 같아서 차마 검색은 못 해보겠다.

셜록이 떠올랐던 한니발의 '기억의 궁전'이나 한니발, 클라리스, 랜들러 세 사람의 '만찬'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드라마에서 같은 장면이 나오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괜찮았는데 결말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니발과 클라리스의 관계가 그런 식으로 정리되다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무언가를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클라리스는 한니발 곁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는데 내가 왜 이런 꽁기한 기분이 드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한니발 라이징>만 남았는데 앞부분만 읽었는데도 레이디 무라사키가 꼴 보기도 싫어졌으니 어쩐다.


박사는 능란한 손길로 굳은 뇌 조각들에 밀가루를 살짝 입히고 이어 신선한 빵가루를 묻혔다. 또 소스에 검은 송로버섯을 갈아 넣고 레몬 즙을 짜 넣었다. 그리고 뇌 조각을 얼른 버터에다 튀겨 노릇노릇하게 만들었다. "냄새가 좋은데!" 렌들러가 소리쳤다. - 2권 P.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