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업어온 미미여사 신작. 이번엔 현대물 단편 모음집이다. 첫 번째 이야기 '눈의 아이'는 다 읽고 나서 살짝 소름 돋는 이야기였고 두 번째 이야기 '장난감'은 외롭게 사는 노부부의 이야기였는데 소문을 걷어 낸 노부부의 삶이 꽤 서글펐다. 세 번째 이야기 '지요코'는 이야기 자체는 귀여웠는데 주인공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모자(母子)처럼 내 등에도 시커먼 털 뭉치가 붙어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네 번째 이야기 '돌베개'는 어느 여고생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우연히 살인범을 잡게 되는 내용인데 이 이야기에도 죽은 여고생을 두고 산 사람들이 만들어 낸 소문이 무성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말 그 자체가 지닌 힘은 정말 엄청나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 '성흔'은 이 책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었는데 짧은 단편보단 살을 더 붙여서 장편으로 풀어냈다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미미여사는 단편이 장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단편도 그리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저자의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 나로선 조금 아쉬운 감이 있는 책이었다. 몇 달 후에 시대물 장편 <오마에상>이 나온다니 이쪽을 기대해봐야겠다. 꽤 오래전부터 <외딴집>을 다시 읽고 싶었는데 진짜 꺼내기 어려운 구석 책장에 넣어놔서 미쳐버리겠다. 난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지라 먼지 안 쌓이는 곳에 넣어둔 건데 다시 읽고 싶어질 줄이야. 이래서 좋아하는 책은 잘 보이는 곳에 둬야 하거늘. 이번 주말에 책장 정리를 하든가 해야지 안 되겠다.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으려고 결심해도 변한다. 그래서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묘미가 있다. 이웃에 살며 잘 보살펴 주던 상냥한 누나도 귀여운 동생이 모르는 곳에서 정도를 벗어날 수 있다. 아사코 또래의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변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는 것을 오히려 깨닫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꾸만 세상이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이다. - 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