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될 정도로 유명한 소설인 건 알고 있었는데 작가가 기시 유스케인 건 몰랐다. 기시 유스케는 <검은 집>으로 처음 접한 작가인데 검은 집 자체가 내겐 너무 기분 나빴던 소설이라 같은 작가의 책을 또 읽을 생각은 전혀 안 들었었는데 다행히도 이 책은 거북한 느낌도 적고 흥미로웠다. 나는 책 읽을 때 처음부터 순서대로 해설까지 다 읽는 타입인데 이 책은 1권 처음에 '옮긴 이의 말'이 있어서 특이하네 싶었는데 그 안에 스포일러가 가득해서 황당했다. 본문을 읽기도 전에 독자에게 강제로 스포일러를 당하게 하다니 편집자가 누군진 몰라도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나는 좀 짜증 났다.

슈이치는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모든 것은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부터 어머니와 여동생을 지키기 위함이었는데 자신의 행동이 모두 부질없음을 알았을 때 그가 느꼈을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로선 상상하기도 어렵다. 슈이치는 바로 전에 읽었던 <악인>의 유이치와 어딘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인이라는 행동 자체는 분명 잘못됐지만, 그들이 그런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아이들에게 화목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된다. 타고난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람에겐 저마다 따듯한 가족의 울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들에게 있어 모든 것의 처음과 시작은 가족이니까.


"한번 불을 붙이면 분노의 불꽃은 끊임없이 타오르다가 결국은 자기자신까지 모두 태워버리고 말지." - page.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