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 요시다 슈이치

2013. 3. 8. 21:51



한 여성이 살해됐다. 살해된 여성은 피해자이며 살해 한 남성은 가해자라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쪽이 악인인지 묻는다면 열이면 열 모두 가해자라고 답할 것이다. 사건과 상관없는 제삼자의 입장에선 선과 악은 그 경계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피해자는 선인이고 모든 가해자는 악인일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가 아닌 하나의 살인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선과 악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에겐 좋은 사람이 나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내겐 좋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어제는 착했던 사람이 오늘은 나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현실에선 보이는 악보다 보이지 않는 악이 더 무수히 존재하고, 영원한 선인도 영원한 악인도 없다. 세상 누구도 가해자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이야기 속 유이치도 자신을 선이라 믿는 미쓰요를 만난 후부턴 가해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유이치가 저지른 살인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를 살인자=가해자로 만든 책임은 그 자신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갈 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 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안 그런가? 실은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야." - page. 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