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평범하나 인간이 아닌 종족이 등장하는 부분이 판타지와 닿아있다. 여주인공 최정연은 삶 자체에 지쳐 있다. 7년간 이어졌던 어머니 병시중이 끝나고 그녀에게 남아 있는 건 모든 것에 지친 자신과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준 낡은 집 하나뿐이다.

어머니를 보내고 홀로 남은 집에 찾아들어 온 불청객 서태호. 그는 인간이 아닌 종족. 힘도 강하고 병에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다쳐도 금방 낫고 수명도 인간보다 두 배는 길다. 인간은 흉내 낼 수도 없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춘 종족. 서태호는 그 종족 종주의 동생으로 종족 사이에선 골치 아픈 존재로 통한다. 태호는 정연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이 자꾸만 엇나가 급기야는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녀가 '변성'이라는 죽음보다 더 한 고통 속에서 헤맬 때 그녀 앞에 나타난 건 종족의 종주 서태경. 그는 동생에 의해 죽어가는 정연을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살려낸다. 태호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성격이라면 태경은 그 반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안으로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서운 존재다. 보름간의 변성을 끝내고 인간과 괴물 그 사이의 존재가 된 정연과 그녀를 보름 동안이나 보듬고 있었던 태경은 보이지 않는 빨간 끈에 연결된 것처럼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불완전한 태호에 비해 태경은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던가. 강하지만 나에게만은 부드러운 남자를 싫어할 여자도 있을까 싶다. 분명 정연을 먼저 만나고 먼저 사랑한 건 태호다. 하지만 태호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태호의 철없는 행동을 보면서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한 편으론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사랑의 분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슬픈 거라던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정연, 태경, 태호도 서로를 향하는 사랑의 분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슬픈 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