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책. 드라마를 안 본 나는 그냥 가벼운 연애 이야기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진도가 나갈수록 이게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거다. 은수라는 인물에 자꾸 나를 대입해 보게 돼서 초반 이후부턴 읽는 내내 우울하고 답답했다. 나이는 먹는 데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능력이 있어서 사회인으로 대접받는 것도 아니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고 평생을 함께할 괜찮은 남자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꿈도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뒤돌아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인생이다. 난 무언가에 미치도록 열중해본 적도 없고 무언가 때문에 좌절해서 저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적도 없고 언제나 중간쯤에 어중간하게 다리를 걸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왜 학교 다닐 때도 얘가 우리 반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존재감 없는 아이가 있지 않은가. 내가 딱 그런 타입이다. 이런 인생이 특별히 싫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재미없긴 하다. 겉으론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말하며 괜찮은척하지만 속으론 '나만 이렇게 사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곤 한다. 책 속에 사는 은수가 꼭 현실의 나 같아서 (연애 쪽은 빼고) 마음이 편치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