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과 치유의 여행기. 읽는 내내 내 마음을 흔든 건 작가의 글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욕심 없이 소박하고 착한 라오스 사람들이었다. 길가에서 만나는 개와 고양이까지 착하다는 라오스. 책을 읽기 전까진 동남아의 못 사는 나라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달았다. 가진 것 없이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 한 것도 아니고 풍족하게 잘 산다고 해서 행복 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행복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본문에 쓰여있었듯이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것일 텐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삶에 있어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일 텐데 나란 인간은 도망가기 바쁘고 핑계 대기 바쁘니 언제나 행복의 그림자만 언뜻언뜻 구경할 뿐이다.

작가는 어린 아들 중빈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그 흔적들을 남겨 책으로 만든다.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한 중빈이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세상을 더 넓게 보고, 넓게 듣고, 넓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중빈이의 미래가 부럽고 자식을 그렇게 키울 수 있는 어머니의 존재가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여행 에세이라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 작가의 여행 에세이 보다 훨씬 훨씬 더 좋다. 곁에 두고 손이 갈 때마다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좋은 구절들이 아주 많은데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 두 개를 옮겨본다.

"행복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그럴듯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것.
우리의 다가올 내일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하므로." - page.95

"나는 동독에서 태어났어요. 독일이 통일될 때 고작 아홉 살이었죠. 통일이 되던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가 있어요. 우리에게 통일, 그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어요. 사회적인 혹은 경제적인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말하자면 정서적인 거죠. 우리에겐 '완전하다'는 느낌이 생겼어요. 완전하다는 건 제자리에 있다는 뜻이에요. 소소한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당신을 안정시키죠. 남과 북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는지 내가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나는 이걸 알아요. 억지로 찢어진 것들은 반드시 합쳐집니다. 믿으세요. 비록 역사는 길고 우리의 생은 짧지만, 당신들은 반드시 합쳐집니다. 왜냐하면, 그게 제자리이기 때문이죠." - page. 206~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