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가 우도였던지라 올해 휴가는 우도로 결정하고 (원래는 홍콩이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직장인에게 휴가는 일 년에 딱 한 번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휴가를 바라보고 지겨운 직장 생활을 견디는 사람도 꽤 많을 거다. 그만큼 중요한 휴가가 이번엔 엉망이 되었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한다. 앞으로 우도 여행을 하실 분들이 있다면 이 포스팅을 참고 하셨으면 좋겠다.



우도를 돌아보는 방법을 나열해보자면

1. 우도 관광버스 (1인당 5,000원, 몇 군데 정류장이 있고 내려서 구경하다가 다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관광)
2. 렌터카 (요금을 내고 렌터카를 배에 싣고 들어가서 관광), 전기자동차 (우도 내에서 대여 가능)
3. 걷기 (우도 일주 5시간 소요)
4. 자전거 대여
5. 그 외 우도 내에서 대여해주는 것들 (스쿠터, ATV, 전기 자전거)

도로 폭이 좁은 우도 해안 도로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한 관광 방법은 1번인데 단점은 정류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 구경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대신 기사 아저씨의 재밌는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베스트 드라이버다! 운전을 잘한다면 2번도 괜찮다. 운전 초보이거나 좁은 도로에 자신이 없다. 그런데 우도 곳곳을 구경하고 싶다면 차라리 걷는 걸 추천한다. 섬이 작아서 5시간 정도면 일주할 수 있고 관광객이 많은 시간대 (오전 9시~ 오후 4시)에 걷는다면 특별한 위험도 없다. 걸을 때는 반드시 육지 쪽에 붙어서 걷길. 이건 자전거도 마찬가지. 해안 쪽으로 걷거나 자전거 타다가 잘 못되면 크게 다칠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자전거를 잘 탄다면 자전거도 괜찮다. 대신 나처럼 평소 전혀 안 타다가 갑자기 타는 건 비추. 중심 못 잡아서 쓰러질 위험도 있고 앞에 차 온다고 겁먹어서 들이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ATV나 서서 타는 전기 자전거는 타지 않는 걸 추천한다. ATV는 튕겨 나가서 죽는 수가 있고(실제로 있었다고 함), 서서 타는 전기 자전거는 잠깐 방심하면 넘어져서 크게 다칠 수 있다. ATV를 제일 많이 빌려서 타던데 대여 업체 직원분의 말을 들어보면 ATV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우도 해안 도로에 익숙한 우도 관광버스를 이용하거나 걷는 걸 추천하고 싶고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하던지 조심해서 천천히 다닌다면 문제는 없을 거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관광버스 타고 내려서 버스가 안 들어가는 곳은 걸어서 구경하고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검멀레해변에서 모터보트 타는 건 완전 강력추천!!! 꼭 타시라!!! 하나도 안 무섭고 정말 재밌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이유는 같이 갔던 일행이 전기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나는 무서워서 그냥 자전거를 빌리고 일행은 전기 자전거를 빌렸는데 일행이 내리막에서 커브 돌다가 순식간에 넘어져서 여기저기 다 까지고 헬멧이 깨질 정도로 머리도 심하게 부딪혔다. 전기 자전거도 망가져서 수리비도 30만 원 가까이 물어줬고... 다행히 해안도로 쪽이 아닌 육지 쪽으로 넘어져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정말 정말 놀랐다. 나는 자전거를 거의 10년 만에 타보는 거라 처음엔 중심도 못 잡고 차오면 무서워서 서고 나중엔 힘들어서 내려서 끌고 다녔다. 평소 운동 부족인 사람들은 자전거도 비추다. 걷는 건 다리만 아프지만, 자전거는 온몸이 아프다. 그리고 또 하나!!! 서빈백사 쪽에 있는 ㅎㅇ과ㄱㅅ군에서 절대 회국수 드시지 마시길 바란다. 같은 날 저기서 회국수 먹은 나와 같은 펜션에 묵은 커플이 식중독에 걸렸다. 내가 몇 년 전에 회덮밥 먹고 식중독 걸린 적이 있는데 그때 증상이랑 똑같았다. 서비스도 별로고 식중독에 걸린 걸 보니 위생도 안 좋은 것 같다. 차라리 그 집 바로 옆에 있는 어해촌에서 다른 메뉴를 드시길... 나는 식중독에 걸리고 일행은 다치고 이번 우도 여행은 최악의 휴가였다. 작년에도 생전 안 걸리던 감기에 걸려서 여행 내내 골골거리며 다녔었는데 올해도 이 모양. 제주도는 이제 내 돈 주고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여행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처럼 환경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단기 여행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괴롭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자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게 안 되니까 즐겁게 다녀야 할 여행이 힘들어진다. 이번엔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서 그런지 집에 오니까 정말 좋더라. 익숙한 환경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은 진리 중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