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의 일기 - 심윤서

2012. 8. 13. 22:51



난치병에 걸린 남자, 아들이 죽기 전에 아들의 분신이 갖고 싶었던 남자의 어머니, 살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여자. 등장인물만 봐도 대충 내용이 짐작되는 매우 흔하고 고리타분한 소재의 연애 소설이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내 취향으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정도의 적당히 현실감 있고 간질간질 감성을 건드리는 연애 소설이 딱 좋은데 가끔은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애절한 연애 소설을 읽는 것도 좋다. 내가 여주인공 난다였다면 과연 현무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미래로 향하는 시간이 아닌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을 살아야 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나는 난다처럼 현무를 사랑하진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도저히 감당 불가. 아니지 만약 나였다면 현무를 만날 일조차 없었을 거다. 형편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을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 사랑보다 현실을 먼저 보는 나는 아름다운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기엔 사랑은 짧고 인생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