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읽고 싶었던 은희경 작가의 성장 소설. 주인공은 열 일곱 살 남고생 강연우. 그 밖에 등장인물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연우의 엄마 신민아. 엄마의 연하 애인. 미국에서 귀국해서 연우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된 독고태수와 그의 여동생 독고마리. 그리고 채영이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표현되는 청소년기. 그 청소년기에 만난 연우, 채영, 태수, 마리의 이야기. 솔직한 느낌을 얘기하자면 많이 지루하고 조금 오글거렸다. 나란 인간은 애초부터 생겨 먹길 오글거림을 용납하지 못하는 타입인데다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기엔 세상에 너무 찌들었다. 이 책에서의 십 대들에겐 친구, 우정, 사랑이 중요하지만, 나의 십 대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더욱 공감할 부분이 없었다. 어쩜 같은 작가가 쓴 성장 소설인데도 <새의 선물>과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싶다. 내 취향으론 문체도 내용도 <새의 선물>이 압승이다. 15년 동안 작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이렇게 다른 글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다. 변화가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아쉽기는 하다. 비단, 은희경 작가의 변화만 아쉬운 게 아니라는 게 또 아쉽다. 예전에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꼽던 작가들이 한둘 씩 줄어들고 지금은 그 자리에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이 채워지고 있다. 역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