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 김영하

2012. 6. 5. 22:40



소설이 마음에 드는 작가는 산문이 마음에 들지 않고 = 은희경, 산문이 마음에 드는 작가는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고 = 무라카미 하루키, 과연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 줄 작가는 있는 것일까? 라는 나의 질문에 가장 근접한 답을 내려 줄 작가 = 김영하가 아닐까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10년 전에 출간된 그의 첫 번째 산문집엔 다소 어려운 소재도 있었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오래전에 쓰인 글이라 그런지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 글과 작가가 아닌 인간 김영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친오라비도 헌병대를 나온 지라 군복 각에 목숨 거는 헌병대 이야기엔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군화엔 파리가 앉았다가 낙상을 해야 하며, 군복은 손이 베일 정도로 다려야 한다던 친오라비의 말이 지금도 잊히질 않는구나! 뭐, 군 제대 이후엔 다리미 근처도 안 가게 됐지만…. 다섯 개의 챕터 중에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첫 번째 챕터 'icon'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챕터 가장 마지막에 실린 '인터넷'이란 글에 공감되는 글귀가 있었는데 옮겨보자면 "인터넷은 남이 만들어놓은 걸 보러 다니는 데라기보다는 자기가 만든 걸 전시하는 공간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인터넷은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걸 보는 것보단 내가 올린 걸 전시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지금 이 블로그와 텀블러이기도 하고…. 역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인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산문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최근에 쓴 산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