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 이석원

2012. 3. 25. 21:04



책에도 '공감' 버튼이 있다면 그 버튼을 수십 번은 눌렀을 책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성격과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책이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가족에게 상처받고 타고나길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감정 표현에 서투른 성격 등등 외향적이며 사교성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요즘 세상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글 속에도 글 밖에도 있었다.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며 푸는 방법, 둘째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푸는 방법. 나는 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타입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고 더 피곤해진다. 사람이 많아도 상관없는 장소는 작가도 말했듯이 대형 서점과 절 정도일까... 아! 그리고 좋아하는 공연을 볼 때나 여행을 갈 때는 설렘의 수치가 피곤함을 훨씬 앞서기 때문에 괜찮다. 어느 쪽이 됐든 사람들은 자신과 맞는 방법으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권리가 있고 그 방법에 대해 타인에게 참견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내향적이며 혼자 있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이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은 있어도 나와 틀린 사람은 없는 건데 그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어떤 회사에서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냐며 성격 고치는 학원에 다니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이런 내 성격도 다 내 일부라 인정하며 살고 있다. 덕분에 내 마음은 편하다. 살다 보니 남들이 뭐라고 떠들던 내 마음 편한 게 제일이더라. 사람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이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오히려 그 노력 때문에 속으로 더 골병이 드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바뀔 수 없다면 그냥 모든 걸 인정하고 살자. 길게 산다 해도 백 년도 못 살 텐데 사는 동안 타인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모자라서 자신을 괴롭히며 사는 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싶다. 관심과 정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오지랖을 떠는 오지랖퍼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멘탈의 소유자가 되자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보통의 존재, 보통 사람인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위로받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 마. 고민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만 그런 건 아니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들이 누구나 재능과 꿈이 한가지씩은 있는 법이라고 사기를 치는 바람에 그렇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글을 쓰지 않냐고? 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38년 만에 겨우 하나 건진 거라구. 하고 싶은 일, 꿈, 생의 의미 이런 것들... 그렇게 쉽게 찾아지는 게 아니더라고." - page.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