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김려령

2012. 3. 8. 22:35



원래는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려고 했었는데 중고 책을 못 구해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됐다. 영화도 굉장히 좋았고 책도 좋았다. 소설이 워낙 톡톡 튀고 재미있어서 영화 만들 때도 크게 각색을 안 하고 만든 것 같다. 등장인물도 그렇고 상황이나 대사도 거의 소설 내용과 일치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주관적으로 봐도 완득이의 가정환경은 긍정적이며 밝은 단어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특히 십대 청소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아서 엉뚱한 곳으로 튀어 나가지 못하도록 브레이크를 걸어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완득이에겐 눈엣가시 같은 담임 똥주가 그 브레이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완득이의 수급품을 뺏어 먹고 막말을 퍼붓는 듯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틀린 말은 하나도 하지 않는 똥주다. 그걸 알기 때문에 완득이도 똥주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반항하는 걸 거다. 똥주는 완득이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주는 브레이크이자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내 지난 십대 시절에 나에게도 똥주같은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난 이미 청소년과는 한참 멀어진 나이이지만 창비에서 출간하는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 무척 마음에 든다.

"...솔직히 너도 진짜 가난이 뭔지 모르잖아. 아버님이 너한테 금칠은 못 해줘도, 먹고 자는 데 문제없게 해주셨잖아. 너, 나 욕할 자격 없어, 새끼야. 쪽팔린 줄 아는 가난이 가난이냐? 햇반 하나라도 더 챙겨 가는 걸 기뻐해야 하는 게 진짜 가난이야..." - page.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