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복합>은 확 와 닿는 무언가가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었는데 이번 <짐승의 길>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상권은 정말 무엇에 홀린 듯이 순식간에 읽어치웠다. 드라마로 이미 접한 작품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소설 속 인물 중에서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가장 인상이 달랐던 건 히사쓰네 형사였다. 흑심을 가득 품고 노골적으로 다미코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눈살이 찌푸려졌다. 형사 히사쓰네는 드라마와 소설에서의 최후도 상당히 다른 편이다. 그에 비해 지배인 고타키는 소설에서도 매력적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남자 고타키. 그에게 끌리는 다미코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드라마 볼 때도 사토상이 너무 멋있었는데... 소설에서도 멋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속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남자는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히사쓰네처럼 노골적인 찌질이는 방어라도 할 수 있지만 젠틀한척 속에 숨긴 것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고타키는 방어 자체를 할 수가 없기에 위험한 인물이다.

인간의 길을 벗어나 짐승의 길로 발을 들이는 다미코, 그녀가 짐승의 길로 발을 내딛도록 길을 터 준 고타키, 정계의 흑막 기토, 기토의 오른팔 변호사 하타노, 집요한 형사 히사쓰네. 과연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인간일까? 스스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직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도 환경과 계기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인간의 길이 아닌 짐승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짐승도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싶다. 이왕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짐승으론 살지 말아야 하는데 삭막하고 팍팍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점점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 늘어나 마구 날뛰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해진다. 적어도 인간이면 짐승의 길이 아닌 제대로 된 인간의 길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