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드라마를 보다

2012. 1. 1. 15:39
올해 내가 본 드라마 중 최고의 드라마는 <뿌리 깊은 나무> 극본, 연출, 연기 모두 좋았다.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난 뒤에 내용이 좋아서 드라마도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원작이랑 내용이 달라도 너무 달라! 처음엔 조금 당황했으나 그건 아주 잠깐이었고 태종과 중기세종의 대립장면 이후부턴 완전히 드라마에 빠져들게 됐다. 이 드라마를 통해 보게 된 한석규님의 연기는 잘한다는 말로는 표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다른 배우들도 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인데 그 배우들과는 급이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저런 훌륭한 연기를 돈 안 내고 집에 앉아서 편히 본다는 게 황송할 지경이었으니... 초반 중기세종의 패기 넘치는 연기도 훌륭했고, 항상 이도의 3보 옆에 있는 무휼도 정말 좋았다. 아트장의 연출은 이번에도 아트였다. 보는 사람은 신경도 안 쓰고 넘어갈 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걸 보면서 감탄만 했다. 촬영 시간이 충분했다면 후반부도 더 잘 나왔을 텐데 좀 아쉽다. 우리나라 공중파 드라마 진짜 일주일에 한 번만 방송 하는 걸로 바뀌면 안 되는 건가? 이런 좋은 작품들이 생방 촬영 때문에 초반과 후반의 완성도가 차이 나는 걸 보면 항상 아쉽다.

어제 연기대상에서 한석규님 대상 받으시고 수상 소감 말씀하시는데 마치 교수님 강의 듣는 것 같았다. 차분하게 조곤조곤 말씀하시는데도 발음과 발성, 목소리까지 좋으시니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 특별히 꾸미지도 않고 오셨는데도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신 한석규님 ㅠ.ㅠ 그냥 가만히 계셔도 지적인 고급스러움이 묻어나시는 한석규님~ 난 지적이고 부드러우면서 심지가 곧은 타입을 좋아해서 어제 한석규님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른 소리지만 예전에 이훈이 한석규님한테 연기가 안 돼서 힘들다고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냐고 물었더니 어제 송중기 수상할 때 보여준 아빠 미소를 지으시며 부드럽게 "응. 훈아~ 그럼 때려치워." 라고 하셨단다. 아~ 진짜 이거 왜 이리 웃기지? 어제 수상 소감 들으면서도 웃어가며 F 줄 교수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미지가 딱 맞는 한석규님. 이런 일화를 들어보니 한석규님은 드라마의 세종보다 실제 세종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으신 것 같다. 실제 세종이 화를 거의 내지 않았었고, 토론할 때도 신하들 의견을 다 들어주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결국엔 신하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스타일이었는데 한석규님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인데... 한편으론 무섭지만,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끌리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란게 참 재밌다.




뿌나 다음으로 좋았던 드라마는 OCN에서 방송 중인 <특수사건전담반 TEN> 1화 보고 나선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수사물이 나오는가 싶었을 정도로 감탄했다. 1화 이후론 조금 실망스럽긴 한데 그래도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백독사! 이 아저씨 아~주 매력 있다. 아직 안 끝난 드라마인데 10개 사건 마무리하면 깔끔하게 종영하는 걸까? 시즌2가 없다면 마지막 10번째 사건은 1화처럼 멋지게 끝내줬으면 좋겠다. 제발 마무리 좀 잘 해주세요!

<신의퀴즈2>는 시즌1보다는 별로이긴 했는데 나는 수사물을 좋아하니까 역시 재밌게 봤다. 우리 귀여운 류배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드라마. 그리고 다음은 <싸인> 메디컬 수사물인데 굉장히 재밌게 봤다. 박신양도 작품 선택하는 눈이 좋은 것 같다. 마지막회가 좀 그렇긴 했는데 공중파 드라마 중에선 뿌나 다음으로 좋은 드라마였다. 올해 본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사랑>은 처음엔 재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상하네? 이 드라마 쓰는 작가의 특징이 뒷심이 없는 거라는데 그게 무슨 소린지 드라마 보면서 알았다. 독고진도 매력 있었지만 나에겐 시티홀의 조국이 최고다. 얼마 전에 끝난 OCN <뱀파이어 검사>는 소재는 좋았으나 주인공 캐스팅이 마음에 안 들었다. 차라리 신하균이 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내용은 그럭저럭 이었는데 마지막이 또 이상하더라.

마지막으로 <브레인>은 드라마 자체는 언급의 가치도 없을 정도로 별로인데 하균신때문에 보고 있다. 드라마에서 극본과 연출, 연기의 조합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 드라마. 아무리 하균신이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한들 극본과 연출이 받쳐주질 않으니 슬픈 장면을 보면서도 웃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더라. 그래도 하균신이 연기대상 받아서 다행이다 싶다.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시던지... 진짜 다른 배우였다면 거들떠도 안 볼 드라마인데 하균신 때문에 끝까지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