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었던 <한 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이 실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세종에 대해 강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좀 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각 강의마다 저자가 <세종실록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자료도 같이 실려 있어서 요점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쉬웠다.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세종은 즉위하자마자 신하들에게 "함께 의논하자." 말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세종의 화법은 정조와는 사뭇 달라서 비교해놓은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세종은 백성을 나라의 근본이라 여기고 백성에게 이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평생을 게으름 없이 배우며 일했다. 실제로 세종이 하는 모든 일과 배움은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아부하는 자들을 극도로 경계했으며, 능력 있는 인재들을 등용하고 관리하는데 특출난 능력을 발휘했다. 책 읽다가 세종에 대해서 감탄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이렇게 글로 쓰자니 조리 있게 정리가 안 된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쉬우나 읽고 나서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겐 너무 어렵다. 매번 말하지만 조리 있게 글 잘 쓰는 사람들 정말 존경스럽다.

각설하고,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태종 이방원과 세종 이도가 대립하는 구도로 나왔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실제 세종은 끔찍이도 어른들을 공경한 효자라서 절대 아버지인 태종에게 맞설 성격이 아니었다. 태종도 마찬가지로 그런 세종을 엄청나게 예뻐했었고... 어릴 때부터 밤낮 책만 읽어 건강을 해칠까 두려워 태종이 책을 빼앗아 올 정도로 배우는 걸 좋아하고, 왕이 되고 나선 정치를 잘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고, 그의 효심에 이웃 나라 사신이 감동하고 갈 정도의 자식이니 예뻐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부모였으면 매일매일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내 자식이 저 잘난 이도야! 내 자식이 백성을 위해 글을 만들었어! 이러면서 팔불출 짓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용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본문 글자도 커서 읽기도 편했다. 단 하나 단점은 책이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한지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뭔가 허술하다. 이런 책은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깔끔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좀 아쉬운 책이다.